유아교육정책 전문가 김정호 경제학박사.
유아교육정책 전문가 김정호 경제학박사.

한국인들은 교육의 공공성의 확대를 국공립 학교의 확대로 받아들인다. 2020년 1월 교육개발원이 전국의 성인 4000명 대상 여론조사를 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유치원 공공성 강화’였다.

구체적으로는 국공립 유치원의 확대를 원했다. 국공립 유치원 확대는 획일성의 확대로 이어진다. 한국의 학부모들이 공립유치원의 획일적 교육까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공립병설 유치원이 많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부모가 ‘공교육 확대’라는 이름으로 원하는 것은 무상교육이다. 학교뿐 아니라 유치원 어린이집까지도 자기 부담 없이 보내고 싶어 한다. 공립유치원이 확대되길 원하는 이유도 자기 부담금이 작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립의 획일성까지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는 무상교육과 동시에 다양성을 원한다. 유치원의 교육 내용에 자신들의 취향과 선호가 반영되길 원한다. 유치원 하원 후에 학원을 보내지 않더라도 유치원에서 모두 해결해주기를 원한다.

그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은 사립유치원이다. 정해진 급여를 받는 공립유치원은 학부모들의 요구에 둔감하다. 공립의 교사들에게는 학부모보다 상급 기관의 감사와 각종 규정들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는 인천 시내 212명 부모에게 사립도 국공립과 학부모 부담금이 같아진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지 물었다. 국공립 학부모의 34.5%는 사립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사립유치원 부모 중에서는 16%만이 국공립으로 옮기겠다고 답했다. 

◇ 부모들은 공립유치원의 획일성까지 원하지는 않는다

조사대상 규모가 작은데다가 2011년 조사(유인숙, 학부모의 유아교육기관에 대한 선택요인과 만족도에 관한 조사연구. 인천대 교육학 석사학위 논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 현실과 전혀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은 획일적 교육을 확대하면서도 돈은 돈대로 많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무상교육이라고는 해도 국공립에만 해당될 뿐 아이를 사립에 보내는 부모들은 여전히 매월 20만 원 정도는 부담해야 한다. 

모든 아이들을 다 공립유치원에 받으려면 엄청난 재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해서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국공립 유치원 확대가 무상보육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고정관념만 벗어나면 기존 재원만으로도 모든 아이들이 무상으로 유치원을 다닐 수 있다. 다양성과 학부모 수용의 충족이라는 장점도 살릴 수 있다.

그 방법은 공립유치원에 들어갈 재원을 학부모에게 지급한 후 공사립 어디나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스웨덴은 30년 전부터 그렇게 해 왔다.

◇ “현재 예산으로 모든 아동 하루 10시간 무상보육 가능”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공립유치원의 교육 단가가 사립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공립유치원의 원아 1인당 교육비는 월 114만 원, 사립은 53만 원이다(김정호 박사 논문 참조). 국공립은 거의 전액이 정부 재정으로 지급되고, 사립의 경우는 33만 원(누리과정지원금 26만원, 방과후과정비 7만원)이 재정자금에서 지급된다. 이 숫자를 가지고 어떻게 모든 아동 무상교육 및 다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지 따져 보자.

이해하기 쉽도록 유치원에 갈 아동이 10명이라고 해 보자. 정부 목표대로 공립비율 40%가 달성된다면 공립에는 4명 사립에는 6명이 다니게 된다. 이때 지급되는 정부재정 총액은 매월 654만 원(공립 114 x 4 = 456만원, 사립 33 x 6 = 198만원. 합계=654만원)이다. 

유아교육지원금 총액 654만 원을 아동 10명의 부모에게 나눠주면 1인당 65만4000원씩 돌아간다. 스웨덴은 사립뿐 아니라 공립유치원도 이 돈을 받아야 운영이 기능하도록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한다고 가정하자. 사립은 현재도 1인당 비용이 평균 53만 원이니까 65만 원을 받는다면 완전 무상보육이 가능해진다. 현재보다 더 많은 예산 확보가 가능한 만큼 교육의 질도 더 높아질 것이다.

반면 1인당 비용이 114만 원에 달하는 공립유치원의 경우 65만4000원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원가 절감을 하든지 아니면 문을 닫아야 한다. 그것이 스웨덴 방식이다. 그들이 문을 닫든 안 닫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모든 아동이 무료로 유치원에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눈여겨 볼 부분은 수업시간이다. 기존 제도 하에서는 공립에 다니는 아동 40%는 하루 5시간만 유치원에 있을 수 있다. 사립에 다니는 60%는 8~10시간 동안 유치원에 머문다. 국공립과 사립 모두 무료가 된다면 학부모들은 대부분 장시간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즉 모든 아이들이 하루 8~10시간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의 유치원은 공사립 불문하고 대부분 12시간 운영한다. 그 덕분에 학부모들은 마음 놓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 교육비는 학부모에게 나눠 주고 그들이 유치원을 선택케 하자

이렇게 학부모 선택제를 확대하더라도 공급자인 유치원들을 규제로 묶어 둔다면 다양성은 자라날 수 없다. 유치원들의 교육 내용이 다 비슷해질 테니 선택도 별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학부모 선택제가 다양성과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개별 유치원들에게 자율성을 허용해야 한다.

국가는 최소한도의 기준과 커다란 교육목표만 주고 현장에서의 교육은 개별 유치원들이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립뿐만 아니라 공립에게도 똑같이 그렇게 해야 한다. 공사립 모두에게 교육의 자율권을 허용하고 선택은 부모에게 맡기는 방식, 국가는 그 부모에게 교육예산을 분배해주고 지켜보는 방식, 이것을 통해서 무상보육과 교육의 다양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 기사는 유아교육정책 전문가 김정호 경제학자가 쓴 ‘맘이 선택케 하라’ 책 내용을 편집 발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