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육현장을 가다]

유아들이 만들어가는 흥미롭고 새로운 세상
살아있는 생물처럼 백가지의 모습으로 변화
항상 새롭게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교육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에 기반을 둔 그림유치원의 교육은 아동중심 교육이 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에 기반을 둔 그림유치원의 교육은 아동중심 교육이 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국가 교육과정인 누리과정도 그렇지만 유아교육은 ‘아동중심’이 핵심이다.

유아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자신이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 받으며 스스로 행하며 배우는 교육. 다소 꿈처럼 들릴 수 있지만 유아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 환경이다.

그런데 그에 가장 근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치원이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그림유치원(원장 김창숙)이 그 주인공이다.

그림유치원의 교육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인정하고 있다. 

그림유치원은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해 200여 명 정도의 인원이 이곳 유치원 교육을 견학하기 위해 방문했다. 국내 대학이나 교육기관 등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나라 유아교육기관 관계자들이 그림유치원의 교육시스템을 직접 보기 위해 찾은 것이다. 중국의 한 대형 유아학교의 경우, 그림유치원의 아뜰리에 미술 프로젝트를 그대로 도입하기도 했을 정도다. 

그림유치원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재해석한 프로젝트 교육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아동중심 유아교육의 가치

그림유치원의 교육은 정형화된 틀이 없다. 미리 답을 정해 놓지도 않는다. 아이들의 의도에 따라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변하고 진화한다.
그림유치원의 교육은 정형화된 틀이 없다. 미리 답을 정해 놓지도 않는다. 아이들의 의도에 따라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변하고 진화한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에 기반을 둔 그림유치원의 교육은 발현적인 유아교육이다.

유아들에게 너는 뭐든지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잘 해 낼 수 있다고 응원하며 아이들이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활짝 열어준다.

교육의 중심은 유아다. 유아의 생각을 따라서, 유아의 놀이를 따라서, 유아의 궁금증을 따라가며 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된다.

교사는 유아들의 생각과 호기심을 모으고 정리하며, 유아들이 새로운 배움의 과정으로 끊임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 준다.

연령별로 프로젝트 수업의 깊이를 달리하기도 하는데, 5세 아이들은 탐색과 관찰, 다양한 재료의 경험, 일상의 삶에서의 관계 등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6세 아이들부터는 사회적 이슈나 살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알아가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진행되며, 7세가 되면 환경문제 등 유아 스스로 과학적인 사고와 함께 인류애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보다 거시적인 주제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너무 막연하지만, 그림유치원의 프로젝트 교육을 달리 설명하긴 어렵다. 정형화된 틀이 없기 때문이다.

유아들의 선택과 의도에 따라 주제와 종류가 무한하고 모습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림유치원의 프로젝트 교육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변화하고 진화한다.

그러한 유치원의 분위기를 볼 수 있는 한두 가지 예를 보자.

유치원 앞마당에는 놀이터가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미끄럼틀이나 정글짐, 시소 같은 시설을 볼 수 없다. 대신, 아이들이 손쉽게 들고 움직일 수 있는 커다란 블록이 잔뜩 쌓여있다.

아이들은 그 블록을 갖고 스스로 놀이터를 만든다. 때론 비행기를 만들고, 배를 만들기도 하고, 우주선도 만든다. 미끄럼을 타고 싶으면 스스로 미끄럼틀을 만들어 타고 논다. 자신들이 원하는 100가지가 넘는 놀이세상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도저히 지루할 틈이 없다. 그림유치원 앞마당은 온종일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로 생기가 넘친다.

유치원 옆에는 작은 숲이 있는데 명칭은 ‘숲의 아뜰리에’다. 숲으로 가는 길은 계단이 있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있고, 자그만 습지도 있다. 아기자기한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 없다.

그런데 이길 역시 ‘놀이터 가는길 프로젝트’를 통해 유아들이 직접 만들었다. 온 유치원생이 참여했던 대형 프로젝트였다. 유아들이 느꼈을 성취감이 어땠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림유치원의 교육은 교구나 교재에서 미리 완성된 답을 찾지 않는다.

그림유치원 교육은 원생들이 이끌어 나간다. 유아들은 자신들의 목적이나 목표에 부합한 놀이를 완성해 가며 배운다. 전략을 세우고 수정하고 때론 반성도 하며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도전하며 마침내 성취해 내는 과정이다.

항상 새로운 아이들의 시도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김창숙 원장은 “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행복하다”며 “아이들은 항상 새로운 감동을 주고, 매일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전했다.

◇ ‘환경’ 강조하는 유아교육, 교육혁명 이끌어

스마트 미디어교육으로 더욱 창의적인 놀이를 하는 아이들.
스마트 미디어교육으로 더욱 창의적인 놀이를 하는 아이들.

그림유치원은 유아교육의 ‘환경’을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환경은 ‘제3의 교사’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환경에 따라 유아들은 생각을 확장하고, 창의성을 맘껏 펼칠 수 있다. 

그림유치원의 교육은 한 자리에 멈춰 있지 않다. 유아들의 변화에 따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고 발전한다. 환경을 중시하는 유아교육철학 때문이다.  

제3의 교사로서의 환경은 교육의 일대 전환, 또는 교육 혁명을 이끄는 힘이 될 수 있다. 바로 그림유치원이 그런 모습이다. 

그림유치원이 얼마 전부터 새롭게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가 스마트 미디어교육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디어교육이 뜨기도 했지만, 그림유치원이 스마트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 이전부터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목전에 둔 시대. 스마트 기기를 잘 활용한다면, 아이들은 미래에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더욱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그림유치원의 스마트 미디어교육은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현재 그림유치원 유아들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더욱 많은 창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웹캠이나, 스마트 빔, 프로젝트 촬영기기 등을 이용해 유튜버가 되기도 하고, 극놀이를 하고, 영화도 만든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이 교실 곳곳에 설치돼 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사물을 관찰하며 유아들의 놀이는 영역을 확장하며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미술영역은 스마트영역과 결합하며 유아들의 표현력과 창의성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된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그림유치원의 스마트 미디어교육은 현대사회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스마트폰 등에 과의존 하지 않을까 걱정을 안고 사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그림유치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러한 염려를 덜 수 있다. 

이곳 유치원 아이들은 스마트기기로 단순히 게임하고 남이 만든 동영상을 보는 것보다 더욱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자신의 세상을 창조하는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법을 배우며, 첨단기술에 지배당하지 않고 그 주인으로 사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요즘 그림유치원이 강조하는 교육 키워드는 ‘자연과 사람, 테크놀로지’다. 

김창숙 원장은 “환경적인 면을 고려할 때, 유아기 올바른 스마트기기의 활용법을 알려주는 일은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교육의 영역”이라며 “아이들이 사람과 자연, 과학기술이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힘, 공부하고 연구하는 교사

그림유치원 아이들이 만든 숲의 아뜰리에 가는길.
그림유치원 아이들이 만든 숲의 아뜰리에 가는길.

그림유치원은 대를 이어 보내는 유치원이다. 졸업생들이 자신의 자녀를 보내고, 첫째 자녀를 보냈던 부모들이 둘째 자녀도 이곳에 보낸다. 일본이나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사람들이 자녀를 이곳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동네에 일부러 이사를 온 경우도 있다. 자녀가 졸업을 하는 엄마들은 김 원장에게 그림초등학교도 만들어달라고 아쉬워한다.

그렇게 인정받는 그림유치원 교육의 힘은 연구하고 공부하는 교사들이다. 유치원 전반에 그러한 분위기가 녹아 있다.

김창숙 원장부터 오랫동안 대학 강단에 선 유아교육 전문가이지만, 이곳 유치원에는 연구부장을 따로 둘 정도로 교사들에 대한 교육 열의가 강하다.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을 국내에 도입한 첫 세대 유치원인 만큼 그러한 교육 접근법을 교사들이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김 원장은 “공부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것들을 좋아하는 교사들이 아니면 그림유치원의 교육을 실천할 수 없다”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기본이고, 교사 스스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배워나간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