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이 사립유치원 원아 무상교육 반대를 왜 주장하고 있는지<관련기사 아래>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공립유치원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이유로 차별 받고 있는 사립유치원 유아들의 교육경비 지원을 반대한다는 주장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공-사립 유치원 차별 없는 무상교육 정책이 실현됐을 때, 국공립유치원이 처하게 될 위기의 상황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OECD 주요국의 교사 당 수업시간 및 급여수준(급여 단위는 달러). 자료= OECD 홈페이지.
OECD 주요국의 교사 당 수업시간 및 급여수준(급여 단위는 달러). 자료= OECD 홈페이지.

◇ ‘차별’이 없다는 것,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

공-사립 유치원 학부모에 대한 차별 없는 교육경비 지원이 이뤄진다면, 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던 장점이 사라진다.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도 학부모 자부담이 공립과 같은 수준이 된다면, 공립도 이제는 사립유치원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사립유치원과의 경쟁에서 밀린다면, 원아 수 감소는 물론이고 심한 경우, 유치원이 문을 닫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출생아 수는 세계 최악인 상태에다, 지금도 전국의 많은 공립유치원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애를 먹는 상황을 감안하면 공립유치원의 우려는 더욱 커진다.

원래부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우리나라 사립유치원의 교육 서비스는 공립유치원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교육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대부분 사립유치원이 학부모들이 퇴근할 때까지 원아들을 돌보고, 관리가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유치원 통학차량도 거의 모든 유치원이 운영을 하고 있다. 사립은 교육내용에 아이들과 학부모의 취향과 희망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공립은 누리과정 지침서에 나와 있는 대로 한다. 공립유치원의 최소 25%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현상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 공립도 사립처럼 살아남으려는 노력 기울여야 하는 구조

한국 공립유치원의 교육 수준이 다른 나라들보다 높다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립유치원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는 사실이 총체적인 교육에 대한 불만족도를 시사해 준다.

한국의 국공립 유치원이 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생기는 폐해로 보인다.

경쟁에 노출된 공급자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없다. 공-사립 유치원 무상교육이 실현됐을 때 공립유치원이 처하게 될 위기다. 수요자, 즉 학부모는 가격과 품질 모두를 고려해서 가장 우수한 쪽을 선택한다.

고객에게 주는 것은 작으면서 값만 비싸게 받는 공급자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한국 사립유치원 교사의 급여는 국공립에 비해 20~30% 정도 적다. 반면 근무시간은 그들보다 훨씬 길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5년 452개 유치원을 조사한 결과, 저녁 7시 이후까지 운영하는 곳은 사립이 44.7%였고, 공립 병설은 7.7%, 단설이 34.6%였다. 저녁 8~10시까지 운영하는 온종일 돌봄교실은 사립이 11.7%(4556곳 중 536곳)에 설치된 반면, 공립 병설은 1.8%(4603곳 중 86곳)에만 설치돼 있었다.

공립 단설의 경우 설치율이 30%에 달하지만 단설 자체가 396곳에 불과해 실제 온종일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곳은 119곳에 불과했다. 

사립유치원들이 긴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것은 희생정신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과 학부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걱정이 없는 국공립 유치원들은 학부모의 수요 충족을 위해 자신의 여가 시간을 줄일 압력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이 실현된다면, 이제 국공립유치원들도 사립유치원에 준하는 노력과 교육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한다.

◇ 공-사립 동등하게 경쟁하는 스웨덴 유치원, 그 수혜는 아이들에게

유아교육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스웨덴의 유치원은 공-사립이 똑 같은 환경에서 경쟁한다. 그 같은 노력의 수혜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받고 있다.

국공립 유치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우리나라와 같은 모습은 아니다. 스웨덴은 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처럼 고객 지향적이다. 스웨덴의 공립유치원이 한국과 결정적 차이가 나는 것은 수입의 구조다.

공립도 사립과 마찬가지로 아동이 와야 수입이 발생한다. 유치원 경비의 80~90%가 국민세금으로 충당되는데, 그 돈은 공사립 가리지 않고 동일하게 학생 수에 따라 지급된다.

원아가 없으면 공립이라도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 어디나 학부모가 부담하는 가격도 같기 때문에 공립과 사립이 동일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 대신 공립유치원들도 광범위한 자율성이 보장된다. 스웨덴의 공립유치원 교사 급여는 유치원마다 차이가 나는데, 개별 유치원들이 각자의 협상을 통해서 고용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유럽 뿐 아니라 영미권 국가들도 대부분 교육비를 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공립도 부모와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예산을 확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자식의 성공을 가장 바라는 사람, 즉 부모의 선택에 의해 교육의 내용이 결정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부모의 선택권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학교의 자율성이다. 이 나라들에서는 공립이든 사립이든 상당한 자율성이 보장된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지침 역할 정도이다. 유치원과 교사들에게 상당한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교육 내용이 다양하다. 선택은 학부모에게 맡겨진다.

반면 국가 독점은 획일적 교육과 고비용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국공립유치원들의 모습이다. 어디나 똑같은 수업, 짧은 운영시간, 높은 1인당 교육비용과 교사들의 고액 연봉이 그 증거다. <위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