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육현장을 가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유아들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아교육철학

4차 산업혁명 시대 다시 주목받는 몬테소리 철학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린이가 세상을 연다 

문화유치원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린이를 키운다. 몬테소리 교육 철학의 핵심이다.
문화유치원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린이를 키운다. 몬테소리 교육 철학의 핵심이다.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것은 교육의 힘이다. 유아시기의 경험과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이를 잘 말해주는 일화가 있다.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을 어떻게 창업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유치원에서 하듯이 했다’고 답했다.

1973년생인 세르게이 브린이 다닌 유치원은 몬테소리 교육을 하는 유치원이었다. 동업자인 래리 페이지도 몬테소리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비디오 게임의 선구자 윌 라이트, 위키피디아 창업자 지미 웨일스 등이 모두 몬테소리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칼럼은 이들에게 ‘몬테소리 마피아’라는 별명을 붙였다.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생각하고, 할 일을 찾아내고, 행동하면서 뭔가를 이뤄내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이제까지는 없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낸 것이다. 

더구나 ‘유치원에서 하듯이 했다’는 말은 그 과정을 재밌는 놀이처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살았으면 하는 부모 마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식물을 돌보고 있는 원생들.
식물을 돌보고 있는 원생들.

◇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린이

꼭 몬테소리만이 정답은 아니다. 한국의 사립유치원은 저마다 다양한 교육 철학으로 나름의 교육을 발전시켜 왔다. 길은 다르지만 행복한 유아를 키우고 그들의 가능성을 열어주겠다는 목표는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눈여겨 볼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린이를 키우겠다는 몬테소리 철학 이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논하는 지금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에 위치한 문화유치원(원장 이귀영)은 국내에서 몬테소리 교육 철학과 이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유치원 중 한 곳이다.

문화유치원 원훈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린이’다. 몬테소리의 교육 이념과 같다. 원훈처럼 이곳 유치원은 스스로 생각하면서 할 일을 찾고, 행동하는 어린이를 키우는데 집중한다.

원생들은 유치원에서 자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할 수 있다.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친구들과 마음이 맞으면 협업도 가능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누구 하나 눈치를 주거나 타박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어떤 일을 실패했다 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면 그만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그렇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내면에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울 수 있도록 관찰하고 지켜보며 돕는다. 

문화유치원 교육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긍정의 마인드와 단어 사용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아무리 엉뚱한 상상력으로 일을 벌여도 미리부터 결과를 속단해 부정하거나 아이들의 행동을 가로막지 않는다.

“안 돼”, “하지마” 이런 소리들은 문화유치원 교실에서는 들을 수 없는 단어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원생들도 그러한 환경과 인식에 익숙하다. 내가 상상하는 모든 일을 해 볼 수 있다는 것, 이는 원생들에게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험과 믿음을 제공해준다.

그러한 시간과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아이들은 꼬마 ‘구글 창업자’가 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우게 된다. 남이 만들어 놓은 누가 정해 놓은 길로만 가지 않은 것이 이러한 아이들이다. 유치원에서 했던 대로만 하면 새로운 세상도 열어 갈 수 있다는 말이 결코 과장되거나 허언도 아닌 것이다.

스스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아이들.
스스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아이들.

◇ 몬테소리 교육 철학에 정통한 유치원

문화유치원은 2007년 첫 입학생을 받았다. 이곳 유치원 이귀영 원장은 유치원 운영 경력만큼이나 대학과 대학원에서 오랫동안 유아교육 강의를 해왔다. 몬테소리 교육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은 이론과 현장경험을 갖춘 전문가이다. 

흔히들 몬테소리라고 하면 다양한 교구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교육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천만에,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교구도 사용하지만 교구는 몬테소리의 교육을 완성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방법에 불과하다.

이 원장은 “유아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고, 그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고 강조했다. 몬테소리는 유아가 그러한 능력을 스스로 발현해서 성장할 수 있는 총체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유아교육의 정답이 반드시 몬테소리라고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는 “우리나라 사립유치원은 레지오나 발도로프, 숲교육 등 충분한 연구가 이뤄진 다양한 교육철학을 현장에 반영하고 있는데, 분명한 목표를 갖고 진행하는 그러한 교육은 유아시기 받아야 하는 적기교육을 빠짐없이 포함하고 있다”며 “다만,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너무나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러한 교육철학을 어떻게 현장에 잘 녹여낼 것인지가 어려운 숙제”라고 전했다.

유치원에서 가상체험을 하고 있는 원생들.
유치원에서 가상체험을 하고 있는 원생들.

◇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몬테소리 마피아’로 커 가는 아이들

원훈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린이’를 키워내는 문화유치원의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특징적인 면을 보자면 문화유치원은 원생들이 유치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모든 일상이 교육이다. 아이 스스로 모든 일을 해 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원생들은 신발을 스스로 신는 것을 당연하게 안다. 이곳 유치원에서 어른의 시간은 통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아이 중심이다. 선생님들이 급하다고 신발을 신겨 주는 일은 웬만해서는 없다. 학부모들도 그러한 교육방침을 잘 알고 있다. 어떨 때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들이 급한 마음에 아이 신발을 신겨 주다가도 아차 싶어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웃는 일도 다반사다.

앞서 언급했듯 “안 돼”, “하지마” 등 부정의 단어도 없다. 유리컵이나 요리할 때 무채칼이 위험하다고 만지지 말라고 하는 대신, 왜 위험한지 알려주고 아이들이 만져볼 수 있도록 허락한다. 유아들이 벽을 느끼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원생들이 생일을 맞았을 때도 케이크 촛불을 끄는 흔한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생일을 맞은 주인공의 스토리를 알려준다. 1살이 됐을 때, 2살이 됐을 때, 3살이 됐을 때 등 한 살 한 살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사진에 담긴 추억 등 이야기를 들려주며 축하해준다. 모든 원생들에게 내 옆의 친구가 소중하고 존중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신체활동도 중요하다. 문화유치원은 유아들은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내와 실외가 또 다르다. 이곳 유치원은 건물 내에도 수영장 등 신체활동 시설이 있지만, 유치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문화생태체험학교를 따로 조성했다. 문화유치원 아이들만 갈 수 있는 곳이다. 2200평에 이르는 자연에는 잔디밭도 있고 폭포도 있다. 유아들은 자연 속에서 미니운동회와 물놀이 등을 하며 맘껏 뛰어 놀 수 있다.

첨단 교육환경도 조성했다. 한 교실 벽면 전체를 가상체험 공간으로 만들어 원생들은 그곳에서 우주 탐험, 바닷가 체험, 숲 체험 등을 하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말하자면 문화유치원은 유아들의 고른 발달을 꾀하는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호기심과 상상력도 채운다. 그 과정 속에서 원생들이 창의성을 키우며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문화유치원 원생들은 야외 신체활동도 많이 한다.
문화유치원 원생들은 야외 신체활동도 많이 한다.

◇ 유치원과 부모는 동반자, 공동의 목표 추구

유아교육은 부모교육이라는 말도 있듯이 유아교육에서 학부모와의 협력은 필수다. 문화유치원은 학부모와의 유대가 유난히 돈독하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밴드도 운영한다. ‘생태맘’ 모임이다. 학부모들은 원생들의 야외 놀이활동에 동참도 하고 유치원 행사도 도울 정도로 교육활동에 적극적이다. 유치원과의 신뢰가 깊은 것은 당연하다.

교류가 잦고 유대가 깊은 만큼 유치원의 교육철학도 학부모들에게 잘 전해진다. 유치원에서는  부모교육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할애하고 있다.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커도, 교육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유아교육인데, 이곳 부모들은 부모교육만 잘 들어도 유아 자녀의 발달단계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그것도 유치원을 잘 고른 덕에 누릴 수 있는 행운이다. 필요하면 언제고 원장님, 선생님과 자녀 상담도 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 

유치원에서도 자녀를 어찌 대해야 할지 잘 모를 때 함께 상담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귀영 원장은 문화유치원과 학부모는 ‘동반자’의 관계라고 했다. 아이를 잘 키워내는 것이 공동의 목표다. <관련기사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