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미디어 과의존 확산 우려, '부모교육' 시급

영유아의 미디어 과의존 의심 행동 양상(중복 응답). 보고서 내용 중.
영유아의 미디어 과의존 의심 행동 양상(중복 응답). 보고서 내용 중.

영유아 가구가 보유한 미디어 기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보급률도 높아지는 경향이다.

영유아는 이러한 가정이 보유한 다양한 미디어에 이른 연령부터 노출돼 있으며, 미디어 이용 연령도 하향화 추세다.

육아정책연구소 이정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가정에서의 영유아 미디어 이용 실태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영유아의 미디어 이용이 대부분의 관련 연구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보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 영유아의 미디어 과의존성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전국의 0-6세 영유아 부모 1500명 대상 가정에서의 미디어 이용 실태조사와 총 12사례의 영유아 부모대상 심층면담 결과, 영유아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TV와 스마트폰・태블릿 PC 등의 미디어는 각각 주중 평균 1시간 내외로 상당 시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영유아 자녀의 미디어 과의존성을 의심해 본 경우는 20.1%, 실제 과의존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보인 경우는 54.8%로 조사됐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가정 내 영유아의 미디어 환경을 적절히 조성하고 영유아의 미디어 이용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바쁘니까 동영상 보고 있어!”

보고서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는 비교적 다양한 기기를 이용하며, 주요 미디어를 대부분 영아기부터 이용하기 시작하고,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해당 미디어를 보유한 경우 영유아의 이용률은 교육용 단말기가 82.8%로 가장 높고, TV(79.0%), 태블릿 PC(58.1%), 스마트폰(44.6%), 게임콘솔(40.5%), 인공지능 스피커(38.5%), 전자책 단말기(24.6%), 개인용 컴퓨터(11.3%), 가상현실 기기(6.6%) 순으로 나타났다.

보유율이 낮은 교육용 단말기를 제외하고, 가정에서 영유아의 이용률이 가장 높은 TV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주중 약 1시간 18분, 주말 2시간 11분에 달하며, TV 시청 시작 시기는 생후 6개월~18개월 미만인 경우가 57.6%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태블릿PC와 같은 스마트기기는 생후 12~18개월 미만에서 이용을 시작하는 경우가 20.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1일 평균 이용시간은 주중 55.3분, 주말 97.6분으로 나타났다.

영유아의 미디어 이용 목적은 주로 ‘동영상 시청’이었다.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오직 동영상 시청을 위한 미디어 기기인 TV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와 기능을 지닌 스마트 미디어 기기의 경우에도 영유아는 주로 ‘동영상’ 시청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영유아가 스마트폰・태블릿PC를 이용하는 주된 용도는 ‘동영상(애니메이션, 유튜브, 동영상 등)시청’이며, SNS나 메신저 이용, 웹툰・웹소설 보기, 인터넷검색, 교육용 앱이용, 게임・놀이로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성인의 시간확보와 편의를 위해 영유아에게 미디어 이용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되는 상황이다.

TV,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미디어 이용을 영유아에게 허용하는 목적은‘ 보호자의 일을 자녀의 방해 없이 하기 위해’인 경우(TV 79.8%, 스마트폰・태블릿PC 70.2%)가 가장 많았다. 이외 영유아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보상의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도 매우 보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10명 중 2명 영유아 미디어 과의존 의심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과 기관에서 영유아의 미디어 과의존성이 의심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 부모 대상 조사 결과, 영유아가 이용하는 기관이나 영유아를 돌봐주는 사람, 부모 자신이 영유아의 미디어 과의존성을 의심해 본 경우가 20.1%였다. 이중 영유아가 실제 미디어 과의존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보인 경우는 54.8%로 응답했다.

가장 많이 발견되는 미디어 과의존 의심 행동은 ‘산만함’으로 45.5%를 차지했다. 이외 ‘부모나 교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음’ 30.9%, ‘거친행동’(23.6%), ‘미디어 기기를 이용하지 못하면 식사를 안함’(21.8%) 등 순이었다.

이 위원은 특히 과의존으로 의심되는 행동 중 산만함이나 공격적인 행동 외에도 미디어 이용과 관련해 식사, 수면 등 영유아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본생활습관을 해치는 행동’이 적지 않게 관찰되고 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부모들이 영유아 자녀의 미디어 과의존 문제에 적극적・전문적인 대처 경험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가 미디어 과의존 의심 행동을 보인 경우 ‘미디어 과의존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확인해 본 비율은 17.6%에 불과했고, ‘전문적 상담・치료’를 받은 경험도 12.7%로 낮게 나타났다.

◇ 미디어 이용 지도 부모교육 확대 요구

이 위원은 영유아 미디어 이용 지도를 위한 교육 확대와 교육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위원은 “현재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 54조에 의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연 1회 이상 실시하게 되어 있는 ‘인터넷 중독의 예방 및 해소를 위한 교육’ 대상에 영유아 외에 ‘영유아 부모’를 의무 교육 대상으로 추가할 것과, 가정 양육 부모 대상으로는 정기적인 미디어 이용 지도 교육 제공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가정 내 영유아 미디어 이용 지도를 위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