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유아교육 정책 인터뷰

유아교육은 교육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입시에만 매달리는 교육풍토는 종종 유아교육을 무시한다. 유아교육 선진국이라는 유럽을 보자. 그들의 유아교육은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제공한다. 우리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도 그러한 길을 가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유아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를 강조했다. 국공립과 비교해 차별 지원을 받는 사립유치원 학부모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원 확대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유아교육 중요성 잘 알고 있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Q. 취임 150일을 넘기셨는데요, 소감과 임태희 경기도교육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원칙,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경기교육은 전국 28.5% 학생 교육을 담당하고 있고 31개 시군마다 다른 특징과 과제가 있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교육이 바뀌면 대한민국 교육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지고 더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마다 다른 특징과 과제가 있고 지역마다 다른 교육 현안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 현장의 다양한 분들을 만나 함께 경기교육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경중, 선후, 완급 원칙으로 경기교육 현안을 해결해 나가겠다.

경기교육은 ‘자율·균형·미래’로 모든 학생이 인성과 역량을 키워가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자율’은 다양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경기교육의 원동력이다. 경기교육은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교육공동체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감 있게 실천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균형’은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경기교육의 다짐이다. 경기교육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교육공동체의 조화로운 성장을 지원하겠다. ‘미래’는 경기교육이 열어가는 새로운 길이다. 모든 학생이 저마다의 꿈을 스스로 펼치고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

Q. 유아교육법에 따라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은 무상교육이 원칙이지만, 국공립유치원 학부모와 달리 사립유치원 학부모에 대한 교육경비 지원은 열악한 현실입니다. 이에 사립유치원 학부모 교육경비 지원 확대(유치원 무상교육)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세요.

경기도교육청은 유아들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누리과정을 통해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며 유치원 교육의 공공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교직원, 학부모가 만족하는 유아교육을 위해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저출산과 유아 수 급격한 감소 등으로 유아교육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인데, 이 문제를 사회 전반에 걸친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유아교육의 국가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0세부터 초등학교까지 우리 아이들을 국가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정부 부처가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마련하며 유아교육 국가책임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중 인천, 충남 등 일부 지역에서만 만 3~5세 사립유치원 유아 대상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무상교육은 각 시도별로 추진하기보다는 유아교육법에 따라 국가에서 하나의 계획으로 전국 모든 유치원을 대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아교육이 국가책임제로 가기 위해 정부, 국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

Q. 사립유치원은 엄격한 원비 인상 제한으로 공립단설유치원 원아 1인당 소요경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원비를 받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립유치원의 교사 처우는 현실적으로 공립유치원 교사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 개선 확대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세요.

유아들의 행복한 성장과 배움을 위해서는 교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립유치원 교원에 대한 재정 지원을 통해 교원의 사기를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며 궁극적으로 유아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교육부는 누리과정 도입 후 유치원 원비 인상을 물가상승률 이하로 제한해 유치원 원비를 안정화하고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비 인상률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유아 수 감소로 유아모집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사립유치원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사립유치원 원장, 원감, 담임교사, 방과후교사 2명, 영양교사를 대상으로 담임수당, 교직수당, 장기근속수당 등 교원 기본급 보조와 경조사 휴가 등에 따른 대체교사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부가 정한 단가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매년 기본급 보조 지원 단가가 인상되고 있어 앞으로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 개선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올해부터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사립유치원 교사들에게도 육아휴직 수당 지급을 시작했는데, 내년에는 방과후교사 기본급보조 대상 인원수를 현재 2명에서 추후 3명 정도로 확대 지원할 예정이다.

추후 관련 부서와 협의를 지속하며 충분한 예산이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유아들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Q. 사립유치원 현실과 괴리가 큰 유치원 3법과 여러 시행령 개정 등으로 현재 사립유치원의 경영이 위기입니다. 그동안 사립유치원은 열악한 현실에도 우리나라 유아교육을 지탱해 왔으며,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립유치원의 위기는 우리 유아교육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간의 유치원 교육에 대한 교육감님의 정책 방향을 말씀해 주세요.

유아교육의 국가책임제 강화를 강조한 임태희 교육감.
유아교육의 국가책임제 강화를 강조한 임태희 교육감.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이 자신을 알고, 자신의 마음이 주인이 되어 좋아하는 것을 찾고, 더 나아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경기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인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이를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인성교육이 중요하다. 교육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만 5세 전후 변화의 시기가 중요하고, 그 시기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점에서 유아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경기 유아교육은 유아의 일상생활과 놀이, 활동 속에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수, 언어, 공간인지 등 인지적 교육과 더불어 친구와 협력할 때 좋은 점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배우며 자연스럽게 인성교육도 이루어진다. 

유치원에서 유아들의 발달과 경험을 고려해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좋은 사례는 공유하며 공·사립 유치원 모두 유아의 성장 발달을 지원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

또, 맞벌이 가정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놀이와 쉼 중심의 방과후 과정을 내실화하여 유아도 행복하고 부모님도 안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 이제 돌봄은 보육을 넘어 아이들의 성장단계에 맞는 교육과 인성교육이 결합 된 교육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

0세~3세는 보육과 안전을 중심으로, 4세~5세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지켜야 할 가치들을 배우는 교육이 중심이 되는 돌봄이 운영되어야 한다.

돌봄의 국가적 체계 정비를 위해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마련해 국가책임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

현장의 많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 학부모와 지속적으로 만나고 현장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 유치원 교육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사립유치원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유치원 교육을 지원하겠다.

Q.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현재 우리의 교육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미래사회에는 내가 무엇을 아느냐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무엇을 아느냐가 중점이었다면 이제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협업하며 답을 찾아나 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대이다.

경기교육의 목표는 우리 학생들을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로 키워내는 데 있다. 기본과 기초가 탄탄해야 그것을 토대로 전문 역량을 쌓고, 미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경기교육은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담은 학교 교육과정을 주엔진으로, 디지털 교육기술과 지역사회 협력이라는 보조엔진을 달아 경기 미래교육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교육의 중심은 학교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인성과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여기에 에듀테크를 더해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을 신장하고, 학생 개개인 역량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고자 한다. 

또,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지역 전문가 등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이 교육에 참여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경기교육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미래를 위한 교육, 새로운 경기도형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

Q. 유아교육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종종 무시되는 현실입니다. 유아교육 관계자 또는 학부모님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유아교육은 생애 첫 학교이고 인성교육이 시작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인성교육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중요한 교육의 가치이자 목적이다. 

우리 아이들이 유아교육을 통해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성을 배우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 꿈을 키울 수 있는 역량도 키워나갈 수 있다.

유치원에서 놀이를 통해 배우고 친구들과 협력하며 사회성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아이들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도 내면화할 수 있다.

유아들의 건강한 성장과 유아들에게 필요한 교육, 미래를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유치원과 가정,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 명 한 명 너무 소중한 유아들이 모두 행복하고, 학부모와 교직원이 만족하는 유치원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시길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