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 민원 비위 없어도 특정감사 통보..한 달 밤새워 감사자료 갖다 줬더니

“엑셀파일로 정리해 와” 현장에서 퇴짜..고작 몇일 시간 다시 주고 "기한내 제출 못하면 고발" 압박

평온했던 유치원이 이유도 모른채 감사 통보 불과 한달 만에 아수라장..우울감 커진 민간유아교육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의 '완장 갑질'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를 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이 피감 유치원에 시간상 불가능한 자료 제출 요구를 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유치원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겁을 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아래>

경기도내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를 둘러싸고 불거진 공무원들의 ‘갑질’ ‘완장’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도교육청 감사관실은 최근 특정감사를 받고 있는 수원지역의 한 유치원에 고발 방침을 통보했다. 

해당 유치원이 감사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알려졌다 

그러나 확인 결과 도교육청 감사관실의 주장과는 다른 사실이 발견됐다. 

피감 유치원에 따르면 지난주 금요일 감사관들이 요구하는 감사 자료들을 지역교육지원청에 설치된 감사장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분량도 많았다. 도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 4년치 자료를 요구했다. 사립유치원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인 만큼 승용차에 실어 나르기에는 분량이 많아 1톤 용달 화물차를 불러 감사장으로 운반했다. 

감사팀은 그러나 해당 자료들을 엑셀파일로 다시 정리해오라며 퇴짜를 놨다. 엑셀파일 추가 제출을 요구받은 기한은 이번주 수요일(4일) 까지로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사흘 시간을 연장해 줬다.      

해당 유치원은 감사팀이 요구하는대로 수감자료를 엑셀파일로 정리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치원은 “지난 4년 동안 판공비를 몇월 몇일자 어떤 용도로 얼마나 썼는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물품 구입비도 마찬가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출하라고 했다. 그래서 한 달 밤을 새워 성실히 수감자료를 챙겨 제출했다. 그 모든 내용을 엑셀파일로 정리해서 정해진 기한 내에 갖고 오라는 것은 도저히 시간상 불가능한 요구”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도교육청 감사관실은 그러나 자료를 추가 제출하지 않으면 감사를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제출 기한을 넘길 시 고발 방침을 통보했다.  

결국 감사장에는 유치원이 제출한 수감자료만 쌓여있다. 유치원 입장에서는 이젠 감사관실의 처분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치원 운영에 관련한 민원이나 비리 혐의가 없어도 특정감사 대상에 선정되고, 사실상 불가능한 기한내 무리한 자료 제출 요구를 받으며, 고발까지 당할 위기에 처한 해당 유치원은 현재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만큼 운영자와 교사들의 불안감과 피로감이 쌓인 상태다.  

갑자기 벌어진 날벼락 같은 일이지만 도교육청 감사관실로부터는 어떤 이유로 특정감사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더구나 어찌된 일인지 특정감사 대상이라는 공무상 기밀도 지역교육청에 의해 외부에 유출돼 유치원의 명예도 심각하게 추락했다. 

이 모든 일이 감사 대상에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감사를 준비한 지 불과 한달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도내 유아교육계 한 관계자는 “특정분야의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계도를 목적으로 하는 감사로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만일 정말 감사기관이 도저히 이행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그를 빌미로 고발을 운운했다면 공권의 남용이고 피감기관에는 협박으로 여겨질 수 있다. 보다 신중한 원칙과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교육청 감사관실은 감사 진행 과정에 대해 언론에 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언론의 취재가 현장의 감사관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제3자가 관여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부당감사 논란에 대해서는 “감사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 감사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되는 것은 일선 사립유치원에서 감사관들이 요구하고 있는 자료 협조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엑셀파일’ 자료  요구 논란에 대해서도 “감사관들이 요구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의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는 도교육청이 시민감사관제를 도입한 지난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시민감사관제는 공무원의 제식구 감싸기 등 공직 내부의 비리 척결을 목표로 출범했으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사립유치원 특정감사에 주력하고 있다. 

시민감사관들은 도입 초기부터 전문성 부재 등의 이유로 완장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를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