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육현장을 가다

시작부터 '아이들이 행복한 유치원' 교육 목표
행복한 유치원 비결은 원생에게 전해지는 마음

유아교육의 본질 잘 이해하고 있는 '명문유치원'
심신과 인성 발달, 유아기 잠재력 키우는 아이들

오랜 전통의 예나유치원 철학은 아이들이 행복한 유아교육이다. 아침체조를 하고 있는 원생들.
오랜 전통의 예나유치원 철학은 아이들이 행복한 유아교육이다. 아침체조를 하고 있는 원생들.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는 보물 같은 유치원이 있다.

유아들은 행복하고, 선생님들은 원생들을 마음을 다해 돌본다. 부모들을 그런 유치원에 단단하고 강한 신뢰를 보여준다.

천진난만하고 행복한 웃음으로 힘차게 아침을 여는 아이들의 모습은 동네 주민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안양1동 한 아파트단지 내 위치한 예나유치원(원장 이정옥) 이야기다.

올해로 벌써 21회 졸업생을 배출하는 예나유치원은 말하자면 ‘행복한 유치원’의 원조 같은 곳이다.

근래 들어 우리 유아교육이 유아의 행복을 강조하고 있지만, 예나유치원은 개원 때부터 ‘아이들이 행복한 예나유치원’이란 간판을 내걸고 말 그대로 행복한 유아를 키우는 교육을 펼쳐 왔다.

예나유치원 썸머파티.
예나유치원 썸머파티.

◇ 아이들이 행복한 유치원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유아들이 진정으로 즐겁고, 행복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유치원의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유치원 평교사부터 주임교사, 원감, 원장에 이르기까지 유아교육 현장의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정옥 원장이 말하는 행복한 유치원의 가장 큰 비결은 ‘마음’이다.

특히 유아교육의 중심은 교사인 만큼, 교사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유치원 교사를 그냥 직업으로 생각한다면 이보다 마음 고되고 몸 힘든 일도 또 없을 것이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을 하루 종일 상대하려면 몸이 두 개라도 벅차고 지친다.

하지만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달라진다. 유치원에서 원생들과 함께 웃고 함께 뛰고 함께 놀고 친구처럼 어울려 지낸다면 교사들도 하루가 즐겁다.

이 원장이 교사시절 그렇게 지냈다. 머리가 헝클어질 정도로 원생들과 온종일 함께 뒹굴고 뛰어 노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보면 하루가 금방 갔다. 유치원 교사보다 보람찬 일도 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일은 또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게 되고, 그 조차도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설레고 즐거웠다.

대학 교단에서 10여년 유아교육 관련 강의를 했던 이 원장은 제자들에게도 유치원 교사로서의 첫 번째 조건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가르쳤다. 바로 그 마음이 행복한 유아를 길러내고, 교육에도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이다.

유아들이 가장 큰 능력 중 하나는 자신이 사랑을 받고 있는지 본능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과 진심은 원생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예나의 원생들이 바로 그렇게 지내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선생님이 계시고 친구들과 즐겁게 놀이를 할 수 있는 곳. 아침에 눈뜨면 얼른 달려가고 싶은 ‘행복한 유치원’의 우선 조건이다.

예나유치원은 학부모의 신뢰가 강한 곳이다. 원생을 위하는 마음이 통한 결과다.
예나유치원은 학부모의 신뢰가 강한 곳이다. 원생을 위하는 마음이 통한 결과다.

◇ 부모에게 전해지는 진심, 신뢰 받는 유아교육

예나유치원은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믿음으로도 유명하다. 한 예로 사립유치원 사태 당시 때에도 학부모들은 항의나 문의 전화 한 통 없이 오히려 격려와 응원을 보내줬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을 때도 예나는 많은 원생들이 등원해 돌봄을 받았다.

유아 자녀를 믿고 맡기는 학부모 신뢰 또한 거저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한결 같은 모습이 쌓여 가능했다.

예나유치원은 교육 앞에 안전이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도, 유아교육은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철학이다.

이 철학은 청결과 식사 등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친다. 이 원장은 개원 이후 줄곧 유치원에서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제일 나중에 퇴근하는 선생님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이유는 유치원 구석구석 청소를 위해서다. 예나유치원은 개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외부 전문 청소용역업체를 고용할 정도로 유치원의 청결한 환경에 신경을 쓰고 있다.

유아들에게 먹거리는 특히나 중요하다. 질 좋고 신선한 급식도 당연하지만, 예나는 텃밭을 통해 유아들의 편식 지도에도 신경 쓰고 있다. 반별로 원생들은 방울토마토나 가지, 상추, 고추 등을 기르는데, 유치원에서는 유아들이 수확한 채소들로 요리를 만들어 먹는 시간도 가진다.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자신이 키우고 수확하고 요리한 음식은 곧잘 먹게 된다는 것이 유치원의 귀띔이다. 아이들이 상추를 따 온 날은 마당에서 삼겹살을 굽고 파티도 한다. 두 팔 걷고 상추에 삼겹살을 크게 싸서 오물오물 잘도 먹는 원생들 모습은 선생님들 보기에 그렇게 귀엽고 흐뭇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학부모 신뢰의 중심에는 이 원장이 있다. 이 원장은 지난 20여 년 한 결 같이 원생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표현했다.

이 원장은 매일 아침 등원 때면 문 앞에 마중을 나가 원생 한명 한명을 안아준다. 하원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파트단지에 위치한 만큼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저 멀리서 이 원장을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원장님!”하고 부르며 달려와 안기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다.

이 원장은 특히 겨울에는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선다. 아침 등원하는 아이들을 위해 보일러 온도를 높이고 실내를 따뜻하게 데우기 위해서다.

유아들을 위한 그러한 진심은 학부모들에게 전해져 이 오래된 유치원은 일부러 멀리서도 찾아오는 명문유치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 유아교육의 본질에 가장 부합하는 프로그램

텃밭에 물을 주고 있는 아이들. 예나는 반별로 작물을 키우고 있다.
텃밭에 물을 주고 있는 아이들. 예나 원생들은 반별로 작물을 키우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예나유치원의 가장 큰 자랑이자 자부심은 교육이다. 예나가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유아 인성과 심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꾀하고, 사회성을 기르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과 사고력, 창의성을 확장시키는 프로그램들이다. 유아교육의 본질과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종합할 수 있다.

말은 쉽지만 방법은 어렵다. 교과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유아교육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렵다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나는 그러한 교육을 능숙하게 해 내고 있다.

한 예로, 예나는 유아 발달단계별 적절한 신체활동에 많은 노력을 투자하며 원생들의 심신발달을 도모한다.

모든 원생들은 오전 유치원 앞마당에 떼로 모여 아침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아침 가벼운 운동은 신체발달에도 좋고 마음건강에도 좋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서먹했던 친구들과 금새 친해지는 계기도 된다.

유아들의 아침율동 시간은 동네에서도 명물이다. 특히 신학기 때는 엄마들이 구름떼처럼 모여 사진을 찍는다. 지나다니는 주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웃음 지으며 이 모습을 한참을 바라본다. 유모차에 탄 기저귀찬 아이들도 율동을 따라한다. 예나의 아침은 주민도 행복하게 만든다.

아침체조를 마친 아이들은 연령에 맞춰 공놀이, 훌라후프, 줄넘기 등 오전 운동 시간을 가진다. 예나 원생들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훌라후프를 돌릴 수 있다. 음악에 맞춰 온갖 재주를 부리며 줄넘기를 하는 모습은 탄성이 나올 정도다.

다른 예로 예나는 악기 음악 프로그램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유아들의 정서안정과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예나 원생들은 연령별 신체활동도 활발하다. 훌라후프를 돌리는 아이들.
예나 원생들은 연령별 신체활동도 활발하다. 훌라후프를 돌리는 아이들.

원생들은 연령별로 핸드벨, 실로폰, 멜로디언, 밤벨 등 악기를 가지고 합주를 한다. 리듬 합주에는 인생의 철학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소리를 내기도 하고, 혼자 독주를 할 때도 있다. 자신의 순서가 올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혼자서 삐삐빼빼 소리를 낼 때보다는 모두 같이 어울려서 자신의 역할을 할 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예나 원생들은 사물놀이 국악도 배우고 드럼도 친다. 학부모 초청 음악회가 열릴 때면 원생들이 신나게 두드려 대는 소리가 유치원을 덮는다.

예나 교육의 큰 줄기를 보면 연령별 발달단계에 맞춘 프로그램을 편다. 처음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기본을 알려주는 교육에 충실하다. 인사 잘하기, 배려하기, 어떤 때는 1회용품 줄이기 등 매달 주제를 정해 유아들이 바른 인성과 좋은 습관을 기르고 실천할 수 있게끔 돕는다.

다음 학년이 되면 책을 많이 접한다. 그림책을 보며 창작을 하고 때론 동시도 짓는다. 글씨에 관심을 가지는 연령대인 만큼 책 내용 중에 재밌는 단어를 뽑아 단어장 카드놀이도 한다. 원생들은 자연스럽게 글을 접하며 글씨를 읽게 되고 문해력과 어휘력이 는다. 이는 유아들이 자신을 표현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된다.

졸업반이 되면 원생들이 스스로 주도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논리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프로젝트 수업의 성과는 교사의 지원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예나 교사들은 많은 준비와 공부를 하고, 수업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