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남산초 병설유치원 정원 늘려 단설전환 추진 논란
민간 어린이집·유치원 "민간유아교육기관 황폐화 초래"

강원도교육청 자료사진.
강원도교육청 자료사진.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소재 남산초 병설유치원을 단설유치원으로 전환, 신축하려는 교육당국의 계획을 둘러싸고 '혈세 낭비' 지적이 일고 있다.

기존 홍천지역 유아교육 기관의 정원미달 현상이 지속 중이고 출생아 수도 해마다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원을 늘려 유치원을 짓겠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다.

17일 강원도교육청, 홍천군, 지역 유아교육계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홍천 남산초 병설유치원을 단설유치원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존 3학급 62명 정원이던 남산초 병설유치원을 7학급(특수학급 2학급 포함) 108명 정원으로 규모를 늘린 단설유치원으로 전환해 남산초 장전분교 자리에 신축하겠다는 것이다.

개원 목표 시기는 2020년 3월이다. 도교육청은 단설 전환 계획에 89억원(건립비)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홍천지역 유아교육 기관의 정원미달 상황이다.

홍천지역 국공립유치원 정원충족률(정원대비 재원 아동 수)은 올 4월 기준 61%(560명 정원, 342명 재원)에 불과하고, 지역 사립유치원의 정원충족률 또한 64%(412명 정원, 265명 재원)에 그치고 있다.

어린이집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홍천지역 어린이집 정원충족률은 71% 수준이다.

남산초 병설유치원 조차 재원 아동 50명으로 정원(62명)을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청의 단설유치원 전환 계획에 대한 혈세 낭비 지적이 이는 이유다.

해마다 감소하는 출생아 수도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한다.

홍천지역 출생아 수는 2015년 473명에서 2016년 403명, 2017년 367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때문에 홍천지역 유아교육기관 정원충족률은 조만간 5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자조 섞인 전망도 나온다.

도교육청은 남산초 과밀, 낙후된 유치원 시설 등을 단설 전환 사유로 꼽고 있지만, 민간 유아교육계에서는 교육청의 이 같은 무분별한 유치원 신축 계획에 대한 우려가 크다.

김영숙 홍천군어린이집연합회장은 "정원미달 상황에서 출생아 수도 줄고 있는데 거액의 혈세를 들여 유치원을 또 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민간 유아교육기관 황폐화를 초래하는 유치원 신축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 지원을 늘려 지역에 유아들이 유입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역 유아교육계 관계자는 "건립비만 90억원이면 홍천지역 공사립 유치원아 모두가 수년 간 무상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돈"이라며 "교육청은 단설유치원 하나 짓는 것 보다 전면적인 무상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부모가 교육·보육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강원도교육청은 올해 남산초 병설유치원의 단설 전환 계획(강원도교육비 특별회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강원도의회에 제출했지만,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충분한 논의과정이 필요하다며 상정을 보류한 상태다.

도의회 교육위는 교육청의 단설유치원 전환 계획에 대한 찬반여론이 큰 만큼 8월 중 공청회를 연 뒤 9월 상정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