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철회해야"

공교육정상화법(선행학습금지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전국방과후법인연합 및 방과후 교육 관련종사자들. 뉴스1
공교육정상화법(선행학습금지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전국방과후법인연합 및 방과후 교육 관련종사자들. 뉴스1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렇게 정부 마음대로 교육을 좌지우지해도 되는 건지. 정말 답답합니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원한다면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올해 막내딸(7)을 경기 성남시의 한 초등학교에 보낸 김모(45·여)씨의 하소연이다. 교육부의 일방적 정책 결정으로 이번 학기부터 초교 방과 후 영어수업이 전면 금지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김씨는 딸을 유치원에 보내면서 영어를 배우도록 했다. 놀이식 영어교육이었지만 딸은 알파벳을 노랫말로 외웠고 인사말 같은 간단한 영어 단어 등도 어색하지 않게 구사했다.

김씨는 딸이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 유치원에서 습득한 영어를 모두 잊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학교 밖에서 영어교육을 배우는 방안을 찾고 있는데 풍선효과인지 당장 이달부터 인근 학원들의 영어 수업료가 일제히 올랐다. 잘 사는 집은 별 상관없다고 할지 모르나 서민 관점에서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는)아주 잘못된 정책이다.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신학기를 맞아 기자가 만난 초등학생 1~2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부분 김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부의 대안 없는 일방적 정책 시행을 꼬집는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라도 시행해서 그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홈페이지에는 지난해 말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업수업 금지에 반발하는 청원이 수백여 건 등록된 상태다. 청원자 대다수는 '사교육 조장'을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2014년 9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특별법'(일명 선행학습금지법)을 제정하면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과정을 통한 영어 선행교육 제한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올해 2월 말까지 시행 시기를 유예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기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달부터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를 강행했다. 애초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방과 후 영어 과정도 금지하려 했으나 법 적용 대상이 아닌 점과 학부모 반발 등에 부딪혀 내년 초까지 시행을 잠정 보류했다.

그 결과 어린이집·유치원에서의 방과 후 영어 과정은 허용하고, 초등학교에서는 금지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초래됐다. 교육과정의 일관성 측면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정부가 아동의 배울 권리를 박탈한다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이와 관련 진보성향 교육감을 대표하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최근 "어떤 단계에서는 방과 후 교육 금지 대상에 넣고, 어떤 단계에서는 빼는 것은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다"며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를 유예하는 과정에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정책도 함께 보류하고 종합적인 영어대책을 마련한 뒤 갈등을 해소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와 관련 방과 후 학습을 선행학습금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수업을 계속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