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문앞에 걸린 중국어 방과후 학교 팻말.
경기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문앞에 걸린 중국어 방과후 학교 팻말.

 

지난 2일 경기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 유치원을 졸업하고 처음 학교 문턱을 넘은 아이들과 기대 반 걱정 반의 표정으로 자녀가 공부할 교실을 찾은 학부모들이 교실과 복도를 가득 메웠다.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슈가 된 상황에서 기자의 눈에 확 들어온 교실 팻말이 있었다.

1학년 4반을 뜻하는 1-4 숫자 팻말 위 '중국어'라는 큰 글씨와 함께 작은 글씨로 '방과후학교'라고 적힌 팻말이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영어는 안 된다면서 중국어는 되는 건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는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도 가르치는 영어를 왜 학교에선 왜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학교와 마찬가지로 중국어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는 인근 초등학교의 한 교장은 "영어가 빠지니 중국어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영어를 뺀 제2외국어는 방과 후 수업으로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영어교육 자료사진.
영어교육 자료사진.

 

기자도 역시 궁금했다. 방과 후 수업으로 중국어는 되고 영어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교육부에 문의했다. 답변은 '선행교육 과열 정도가 낮아서'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2외국어의 경우 공교육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제정 당시 선행교육과 관련성이 낮은 교과목의 경우 법 적용 예외조항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법 제16조를 근거로 댔다.

법안에는 '영재교육 진흥법에 따른 영재교육기관의 영재교육',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조기진급 또는 조기졸업 대상자', '국가교육과정과 시·도교육과정 및 학교교육과정상 체육·예술 교과(군), 기술·가정 교과(군), 실과·제2외국어·한문·교양 교과(군), 전문 교과',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등이 법 적용 배제조항으로 명시됐다.

영어교육이 얼마만큼 선행교육 과열을 부추기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교육 시장에서 차지하는 교육비 비중이 영어가 가장 크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교육 과열과 관련해 학부모들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오히려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막아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유치원에서 영어 배우기를 좋아했다. 간단한 영어는 혼자 곧잘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영어교육을)금지하니 별수 없이 학원을 알아봤다"라며 "비싸더라도 유치원에서 습득한 영어 실력을 잃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