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협동조합에 공공청사 임차 및 유치원 설립 허용 방안 담은 대통령령 개정 추진
'교사 및 교지 소유 원칙' 정부 스스로 파기 지적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규정' 개정령.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규정' 개정령.

교육부가 유아 학습권보호를 위해 마련한 '유치원 설립·경영자는 교사(校舍) 및 교지(校地)를 소유해야한다'는 원칙을 깨고 특정 민간에 임대 유치원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지난달 23일부터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규정'(대통령령 제2899호) 일부개정을 입법예고하고 10일 간 의견수렴을 받았다.

개정령의 골자는 '사회적협동조합에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시설을 임차해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교육당국은 1997년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규정' 시행 이후 유치원을 설립·경영하고자 하는 자에 대해 유치원 건물과 땅을 소유하지 않으면 설립 자체를 불허했다. 심지어 유치원 건물과 땅을 담보로 한 대출도 허용하지 않았다.  유아학습권 보호 등을 위해서였다.

유치원들은 당국의 방침에 따라 교사 및 교지 소유 원칙을 지켜왔고 그런규정 덕에 유아들은 안정된 학습권을 보장받았다.

교육부는 그러나 이 같은 원칙을 깨고 사회적협동조합에게만 '임대 유치원'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국가 및 지자체 소유 공공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혜택을 담은 방안을 개정령에 포함했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령 추진 명분으로 ▲유치원 안정적 운영 ▲학부모 만족도 제고 ▲유치원 부족에 따른 일부 고충해소 등을 꼽았다.

교육부는 사인이 설립한 유치원이나 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한 유치원이나 같은 '사립유치원'으로 보고 있다. 원비 산정 등 유치원 운영과 관련해서도 사인이 운영하는 유치원과의 차이점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령이 법제처 법제심사 및 차관 회의 등을 거쳐 공포·시행될 경우 사회적협동조합은 교사 및 교지 소유 부담 없이 공공시설 등을 임차해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기존 사립유치원 설립·경영자는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사재를 털어 유치원을 설립·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시설사용료조차 유치원 회계에서 처리할 수 없도록 했다.

내년 교육부 예산이 75조2052억원으로 편성됐다. 6조9730억원 늘어난 규모다.
교육부.

민간 유아교육계는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유아정책포럼 관계자는 "특정 형태의 조합에게만 특별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인데, 사립학교법이나 유아교육법에서 학교 설립의 주체에 대해 여러 가지 기준을 둔 것과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며 "명분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못한 개정령 추진"이라고 지적했다.

조합 형태의 유치원에 대한 전문성 결여 및 경영악화 상황에 따른 대처 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경기지역의 한 사립유치원 설립자는 "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 출자를 기초로 운영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울 뿐 아니라 원 운영이 악화할 경우 재정을 책임질 당사자가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며 이는 정부가 유아학습권 보장을 위해 마련한 법과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례 없는 저출산 상황을 맞아 문을 닫는 영세 유치원·어린이집이 속출하는 상황인데, 유치원 부족에 따른 고충해소를 명분으로 특정 형태의 조합에 한해 임대유치원을 예외조항으로 허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결국 민-민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입법예고 기간 수렴된 의견에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학부모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형태여서 장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접수된 의견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과정을 가지겠다. 학부모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한다는 차원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