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강행 한 채 자료집을 읽고 있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유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지 말라"며 토론회 중단과 동시에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강행 한 채 자료집을 읽고 있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유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지 말라"며 토론회 중단과 동시에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100여년이 넘는 동안 대한민국 유아교육 발전을 견인한 사립유치원이 비리·적폐 집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 정책토론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전국의 사립유치원 설립자 원장 300여명은 당시 토론회 현장을 찾아 "유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지 말라"며 항의했다. 주최 측은 그러나 이 같은 항의 이유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토론회를 강행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여러 언론이 이를 취재했다. 언론 대다수는 해마다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는 사립유치원이 원아들 교육비를 제 멋대로 사용했다는 논조로 보도했다.

박용진 의원과 토론회 발제자들이 내놓은 자료 등에 의해 유치원의 문제점만 부각됐고 유치원 원장들이 왜 집단행동에 나섰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사립유치원 전체는 비리 온상이자 적폐 집단으로 낙인되는 상황이 초래됐다.

사립유치원이 이 같은 오해를 받게 된 보도의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이렇다.

대다수 언론은 사립유치원 국고지원 항목으로 누리과정비와 방과후과정비, 교사처우개선비 등을 꼽았다. 이는 유치원 관련 정부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들이다.

그러나 열거된 항목은 실제 유치원에 지원되는 예산이 아니다. 원아 1명당 22만원, 7만원에 해당하는 누리과정비와 방과후과정비는 학부모에게 지원되는 돈이다. 행정편의 상 유치원이 이를 받고 있는 게 문제인 것이다.

교사처우개선비는 교사에게 지원되는 돈으로 교사들이 직접 수령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유치원이 받는 지원금은 미미하다. 학급운영비 내지 정부가 추진하는 개별 사업에 참여하는 일부 유치원들이 받는 프로그램 운영비 등이 전부다.

국공립유치원처럼 모든 운영비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기관이 아니다. 사립유치원은 개인이 거액의 사재를 털어 설립한 민간 교육기관이다.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을 책임지고 있기에 국가의 통제를 받고 있을 뿐이다.

감사결과 거의 모든 유치원에서 회계부정이 있었다는 보도 또한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

언론은 토론회 발제자료를 근거로, 유치원·어린이집 95곳을 점검(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 2016년 10월~2017년1월)한 결과 91곳에서 회계문제를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거의 모든 유치원이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것처럼 비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내 전 기관을 망라하고 상위기관의 점검 및 감사 결과에서 단 한 건의 적발사례도 없는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 회계 착오 등의 사안도 있을 수 있기에 적발기관 수만 보고 그 척도를 가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은 또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이 유치원 94곳을 감사(2015년 10월~2018년 8월)해 18곳을 수사의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유치원 가운데 현재 수사기관이 기소처분을 내린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가 시작된 이후 감사기관 등의 고발로 인해 법원에서 횡령죄 등으로 최종 판결을 받은 유치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 종합하면 토론회 주최 측의 주장만을 인용한 보도에 의해 일부 유치원의 문제가 전체 유치원의 문제로 부풀려진 것으로 유추된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기준이 되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은 지난해 2월 제정돼 올해부터 적용이 시작됐다. 이번 토론회 발제자들이 발표한 주된 내용들은 대부분 회계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을 시기의 사항들이다.

사립유치원이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교육을 받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과거 감사 내용을 재탕 삼탕으로 거론해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표출하는 이유다. 

사립유치원의 정당한 주장이 호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유치원 휴업예고 사태 때도 사립유치원은 '제 배 불리기 집단'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당시 사립유치원은 '차별 없는 균등한 유아정책 실현'을 주장했다. 국공립치원 원아들에 비해 사립유치원 원아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이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어 이를 바로잡자는 요구를 한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사립유치원이 학부모가 선호하는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는 논조의 기사를 썼다.

그 결과 사립유치원은 교육자의 탈을 썼지만 제 배만 불리고 나라 교육을 망치려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됐고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단체로 전락했다.

정부는 지난해 향후 5년간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4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수치 달성을 위해 공립유치원 신증설 및 공영형유치원 전환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계획대로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를 달성한다 해도 나머지 60% 사립유치원 원아들은 여전히 교육차별을 받게 된다.

민간 연구에 의하면 국공립유치원 원아는 1인당 매월 90만원 수준의 교육혜택을 받는 반면 사립유치원 원아가 받는 교육혜택은 30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유아교육 모토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하고 강행한 박용진 의원에게 묻고싶다.

과거 일부의 문제점을 부각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기보다는 문 대통령의 교육철학을 제대로 인식해 건전한 유아교육 토대를 마련하는 방안을 우선 고민하는 것이 입법기관이자 여당 교육위원으로서의 제 역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