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맞는 옷 만들어 달라" 호소에도 호통만..출구 없는 사립유치원

29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박용진 의원.
29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박용진 의원. / 뉴스1.

29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출석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 전체 분위기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전체적으로 사립유치원의 운영 특성과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분위기였다. 

교육위 의원들은 학부모에게 지원되는 누리과정비나 교사에게 지급되는 교사처우개선비 등 정부 지원금도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금으로 해석했다.

사립유치원이 학부모나 교사에게 지원되는 정부 지원금을 목적 외 사용한 것이 없다는 해명은 제대로 검증받지 못했다.  

민간의 개인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이 정부 대신 지난 110년 동안 우리나라 유아교육을 이끌어 왔다는 이덕선 비대위원장의 목소리는 국회의원들의 호통에 묻혔다.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는 법인운영 상위 사립학교와는 운영 형태가 다르다는 주장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국회를 향해 우리 사립유치원 현실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이덕선 비대위원장의 호소는 이찬열 위원장으로부터 “제도탓 하지말라”는 핀잔으로 되돌아 왔다. <관련기사 아래-'비난 받을 곳은 사립유치원이 아니라 국회다 [기자수첩]'>

사립유치원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따로 빼 돌린 것이 한 푼도 없다는 이 비대위원장의 주장은 의원들의 비웃음을 샀으며, 의원들은 사립유치원이 막대한 정부지원금으로 개인의 재산을 증식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 붙였다. 

당정이 민간 개인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의 운영 관리를 사실상 국가에 귀속시키려는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박용진 의원을 주축으로 민주당이 당론으로 ‘유치원 3법’을 발의한 이후, 국회 교육위마저 사립유치원의 입장을 고려치 않는다는 분위기는 역력했다.

박용진 국회의원은 이 비대위원장에게 발언 기회를 거의 주지 않았으며, 이찬열 위원장 또한 이 비대위원장 발언 시간에 '짧게 말하라'는 요구를 수차례 했다. 

우리나라 유치원 교육의 75%를 책임지고 있는 사립유치원이 설 자리를 잃고 존속이 불투명해 졌다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사실상 당정이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규정하고, 민간이 설립한 유치원을 국공립처럼 관리하려는 법과 제도 정비에 나서면서, 민간이 설립한 유치원의 도미노 폐원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 정책도 그렇지만 일선 사립유치원의 가장 큰 고민은 따로 있다. 일할 의욕을 잃었다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한 관계자는 “아이들을 정성껏 보살폈다. 밤 10시 11시까지 학부모님이 보자시면 기다렸다. 그러나 한순간에 비리 적폐 사기꾼으로 몰렸다. 아이들 보기도 겁이 난다.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더 이상 유치원을 운영할 수가 없다”고 했다.   

사립유치원의 집단 폐원이 현실화 된다면 부담은 학부모 몫이 된다. 

사립유치원은 실제 설립 시 정부 지원 없이 민간의 개인이 수십억~백억 대에 이르는 부담을 지며, 국공립유치원을 운영하는 공무원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교육서비스로 특히 맞벌이 부모들의 부담을 덜고 있다. <관련기사 아래-'"국공립처럼 운영하라고?..'벌집' 건드린 정부> 

사립유치원은 공무원 퇴근 시간 이후에도 아이들을 돌보고, 국공립과 달리 유치원 차량을 운행한다. 방학기간도 한 두달이 걸리는 국공립에 비해 훨씬 짧다. 

교육 과정도 학부모 요구를 탄력 수용하고, 학부모 상담도 공무원 퇴근 시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이 원하는 시간대를 맞춘다. 

원비 부담도 민간 운영 사립은 50만원 대(정부 누리비 지원 포함) 초반인 반면, 공무원이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은 원아 1인당 세금으로 충당하는 원비는 100만원 대가 넘는다. <관련기사 아래-'[충격실태] 사립유치원 학비 53만원 VS 국공립 114만원'> 

사립유치원 한 관계자는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왔는지 한숨이 나온다. 위정자들의 거친 폭력과 무지함에 화가 난다. 그러나 더이상 힘이 없다. 지금 있는 아이들만 졸업시키고 나면 미련 없이 유치원을 접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산해야 할 적폐로 내몰린 사립유치원. 전국 사립유치원은 30일 일산 킨텍스에 모여 ‘대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이날, 우리나라 근현대 유아교육 역사를 이끌어온 민간의 유치원 교육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정. 2018년 10월 29일 오후 8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