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학습권 보호 위한 부지·건물 소유원칙 파기 지적 '외면'

정부가 사립유치원의 '부지·건물 소유' 원칙을 사실상 파기하는 정책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사회적협동조합형 임대유치원'을 전격 허용하기로 한 것.

교육부는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 규정(대통령령 제2899호)'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의결된 개정령의 골자는 '시도교육감이 인정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시설을 임차해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학부모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공공시설을 임차해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평했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으로 교육·급식·안전·회계 등에 투명성과 공공성이 강화된 유치원 운영 모델로서 사회적 협동조합형 유치원 설립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협동조합은 학부모들이 직접 조합원이 되어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는 형태로서, 유아에 대한 공동 육아가 가능하여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아교육계는 유아 학습권보호를 위해 마련된 교지(校地) 및 교사(校舍) 소유원칙을 정부 스스로 파기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유아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스스로 원칙을 깨고 사회적협동조합에게만 '임대유치원'을 허용하려 한다"며 "게다가 국가 및 지자체 소유 공공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혜택도 포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 출자를 기초로 운영하는 것이어서 유치원 운영이 어려울 경우 재정을 책임질 당사자가 없고,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앞서 지난 1997년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규정' 시행 이후 유치원을 설립·경영하고자 하는 자에 대해 유치원 건물과 땅을 소유하지 않으면 설립 자체를 불허했다. 심지어 유치원 건물과 땅을 담보로 한 대출도 허용하지 않았다.

사립유치원들은 당국 방침에 따라 거액의 사재를 털어 설립한 유치원에 대한 시설사용료 회계처리조차 불허된 상황에서 교사 및 교지 소유 원칙을 지켜왔고 그런 덕에 유아들은 안정된 학습권을 보장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