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지난 29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는 박용진 의원. 오른쪽=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질의를 하고 있는 장하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시절. / 뉴스1.
사진 왼쪽=지난 29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는 박용진 의원. 오른쪽=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질의를 하고 있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시절 장하나. 현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 뉴스1.

사립유치원의 줄 폐원이 예고되면서 정부 교육 당국이 허둥대고 있습니다. 

내놓는 대책이란 것이 인근의 국공립과 사립유치원 등에 아이들을 분산시키겠다, 인근 학교 유휴교실에 아이들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사립유치원 대다수가 폐원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폐원 인근 사립유치원에 아이들을 수용시키겠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좁고 찬 교실 바닥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하루종일 어떻게 돌보겠다는 건지도 그 발상이 궁금합니다. 그냥 급하다고 되는대로 말한다고 대책일까요. 

국공립유치원 공무원은 사립과 달리 일찍 퇴근하는데 맞벌이 부부 아이들은 또 어떻게 돌보겠습니까? 

병설은 사립과 달리 차량운행도 안 하는데, 차 없는 엄마 아이들은 또 어떻게 등퇴원을 시킬건지 궁금합니다. 

지금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년 유치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을 보낼 곳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일부 교육청에 학부모들이 그러한 우려를 실제 전하고 있지만 사실상 속수무책입니다. 

정부가 책임지는 우리나라 국공립유치원 비율은 고작 24% 정도입니다. OECD국가 평균 수준에 한참 미달하는 수준입니다. 

그럼 다른나라보다 시설 좋고 잘 가르친다고 유치원 잘한다고 배우러 오는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정부가 능력 없어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그 나머지 아이들을 민간이 설립한 유치원이 챙기고 책임져 왔습니다.  

그것도 공무원이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의 원아 1인당 교육경비는 114만원.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의 교육비는 53만원 정도입니다. 

이 분야에 정통한 민간 경제학박사의 연구 결과이니만큼 신뢰할만 내용입니다. 정부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합니다.   

2012년부터 사립 학부모에도 누리비가 지원되지만 민간 사립유치원이 받는 원비는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별반 없습니다.

정부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 잘 가르치고, 부모들이 반기고 필요한 곳이 사립유치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민간이 설립한 유아교육 현장이 문을 닫겠다고 아우성입니다. 

당장은 사립유치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립에 아이들을 보내는 우리나라 75% 학부모들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이 시도교육청 감사처분 실명공개로 촉발된 ‘비리유치원’ 정국으로 전국 대다수 사립유치원이 이제는 폐원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이들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거나 내년 보내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학부모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교육 당국의 대책이란 것도 애초부터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는 학부모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는 내용입니다. 

종일반이라도 국공립은 공무원 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오후 4시면 데려와야 하고, 병설은 차량도 운행하지 않습니다. 방학도 사립은 1~2주에 불과하지만 국공립은 1개월입니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국공립은 그림의 떡입니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비리유치원’ 정국을 불러온 박용진 국회의원의 활동을 한국유아교육신문은 ‘감성정치’(感性政治-주로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정치 행태)라고 평가합니다.  

그의 적극적인 정치활동은 환영할 만합니다. 그러나 ‘비리’라고 말할 수 있는 극히 일부 사립유치원의 문제를 마치 전체가 그렇다는 식으로 국민감정을 자극해야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자극적 실명공개로 결과적으로 사회적 파장과 혼란을 불러오기 보다는, 당장 학부모들이 입게 될 피해를 우선 고려해야 했습니다. 

개인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이 법인으로 운영되는 상위학교처럼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법의 손질을 요구한 민간의 목소리를 먼저 들었어야 했습니다.     

사립유치원을 사실상 국공립처럼 운영하려는 ‘유치원 3법’을 덜컥 발의해, 민간의 사유 재산을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위헌논란을 자초한 것은 섣불렀습니다. 

그 결과 사립유치원 폐원 우려 사태를 불러오기보다는, 사립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을 또 한 번 먼저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요즘 많은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도 감성의 정치가 지금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가져오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비롯해 그의 정치경력, 그의 각종 시민활동 경력, 그가 살아온 방식은 존중하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당장 내일 아이를 보낼 유치원이 없어질 수도 있는 ‘진짜 학부모’들의 마음이 어떨지 헤아렸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치맘 장 대표도 내년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것이라고 방송에서 들었습니다. 자신도 ‘진짜 학부모’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비리유치원을 옹호하고 두둔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부입니다.   

부산시교육청의 경우, ‘감사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비리유치원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감사처분 주의 경고는 단순착오, 업무미숙 등 경미한 사항에 대한 처분’이라는 것도 함께 설명했습니다. 

‘비리유치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왜곡되자 무고한 민간 사립과 학부모들의 피해를 우려해 사실을 말한 것입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대위는 그러한 경우가 실명공개 유치원의 96%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사립유치원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그러나 빈대가 있다면 빈대만 잡으면 됩니다. 다 나가라고 하고 초가삼간을 전부 불태우자는데 누가 환영할까요.    

감성보다는 이성이 먼저입니다. 정치는 그래야 합니다. 

그리고 '입법기관' 국회에 당부합니다. 지금껏 110년 능력 없던 정부를 대신해 우리 유아교육을 책임져왔던 민간 사립유치원이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마냥 소리내 윽박지르고 몰아부치고 감성에 기대는 정치 그만합시다. 먼저 이야기를 들어보고 합당하다면 법과 제도를 손보는 것이 국회의원 할 일입니다. 

 

<최종 수정. 2018.11.21. 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