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관계자 "녹취 제3자 공개 시 명예훼손죄 가능성"

정치하는 엄마들 페이스북 캡처.

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사립유치원 학부모를 상대로 '몰래 녹취 후 제보'를 유도해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법상 대화 또는 통화 시 당사자 간 녹취는 불법이 아니지만 녹취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하는 행위는 자칫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정치맘은 최근 사립유치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유치원 폐원 통보/신입생 모집 지연 등 문제 발생 시 대응 방법'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페이스북과 온라인 카페 등에 게재했다.

정치맘은 공지에서 '원장에게 요구해서 폐원 이유/시기/학생들 거취에 대한 입장(아이들은 당장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 등 궁금한 점 물어보시고, 대화(통화) 내용을 반드시 녹취하세요'라며 몰래 녹취를 유도했다.

또 '원장 발언 내용 등을 가지고 교육청(교육지원청)에 신고하세요. 교육청(교육지원청) 직원과의 통화/대화 내용을 반드시 녹취하세요'라며 공무원과의 통화 내용도 녹취할 것을 권장했다.

그러면서 '경위서(육하원칙에 따라 특별한 양식 없이 편하게 서술)를 작성하시고,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에 제보하세요'라며 장하나 전 의원 연락처와 정치맘 사무국 이메일을 공지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당사자간 대화 및 통화 녹취는 불법이 아니지만, 동의 없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수 있는 녹취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치 않는 녹취를 당하고 그 내용이 공개돼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몰래 녹취자는 물론 녹취 내용을 요구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정치맘 측은 이에 대해 "녹취한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한다는 것만으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관련 내용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공개하고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지 취지는 폐원, 신입생모집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교육청에 신고한 경우 제대로 대응하는지를 확인해서 제보해달라는 것"이라며 "해당 유치원에 아이가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하려는 상황에 명예훼손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도 없고, 이를 제보 받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맘은 최근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정치하는 엄마들은 가짜 엄마" 등의 발언을 한 이경자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장하나 예비후보(노원구 갑)가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국민께 열린 공천심사' 서울지역 공개면접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3월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진행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국민께 열린 공천심사' 서울지역 공개면접에서 장하나 당시 예비후보가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치하는 엄마들 측에서 기자 작성 이후 입장문을 보내와 내용을 추가(28일 오후)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