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원 A.O 교육 입시 연구소장

이병원 A.O 교육 입시 연구소장.
이병원 A.O 교육 입시 연구소장.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일까? 이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 중 하나는 글로벌 시대의 가속화에 따른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의사소통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대기업들은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 학문적 성격의 영어 평가보다 실질적 언어로서의 영어 역량 평가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 등의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영어 심층면접, 집단 토론, OPIc(영어 말하기 시험)과 같은 과정을 통하여 지원자들의 실질적 영어 능력에 대해 검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기업인 삼성에는 ‘외국어 비상령’이 떨어졌다. 차장·과장급 이하 직원들은 외국어에서 ‘회화능력 최고(1급) 등급’을 얻지 못하면 임원 승진 심사에서 자동 탈락한다고 한다.

10년 뒤인 2027년부터는 외국어 회화 1등급을 보유해야만 임원 승진이 가능하도록 승진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임원 승진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각 시험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야 한다. 이는 부서와 역할에 관계없이 모든 임직원의 글로벌 업무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최고경영진의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토익 860점 이상을 1등급으로 분류했던 기조와는 다르게 이제는 ‘영어 회화’라는 능력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더 높은 영어 능력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실용(實用)이라는 단어가 가장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현장의 변화 속에서 영어교육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더는 영어시험 만점이라는 ‘점수’가 학생의 ‘실력’을 말해주는 지표가 아닌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기존의 득점력 위주의 영어 교육 환경에서 토론, 회화라는 키워드가 가장 강조되는 교육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교육에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으로 다양한 선진 교육 방법을 도입하여 아이들이 이전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회화 중심의 영어교육이 가능해졌고, 스마트러닝을 통해 쌍방향으로 소통이 가능한 교육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시험을 100점 받아도 말 한마디 못하는 ‘벙어리 영어’, ‘영어 문법을 위해 한자를 외워야 하는 죽은 영어’의 최대 피해자인 현재 어른들 세대의 실수를 우리 아이들에게 반복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지식인층을 시작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말한 삼성의 변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언어 역량만큼은 학창시절에 공부하고 끝나는 학문적인 성격이 아닌 평생 만들고 다듬어 내야 하는 필수요소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은 아이들이 언어에 있어서 학문적 접근이 아닌 언어로서의 접근이 되려면 모국어를 배우듯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영어는 세계인이 쓰는 언어이고 한국어는 한국 사람이 쓰는 언어이다. 언어 습득에 있어서 ‘선행 학습 금지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만을 생각했을 때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서 우리가 깊은 사회적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 학교 진도보다 빠르다며 ‘선행 학습 금지법’을 적용하는 것은 영어라는 과목을 주입식 문법 같은 학문으로 배워온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이 크다.

언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다른 과목처럼 초등학교 2학년까지 방과 후 수업으로도 영어를 접할 수 없다면, 학부모들은 더욱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공교육에서는 10세가 되기 전까지 영어학습을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하여 영어에 대한 노출 연령을 낮추고 영어 노출 시간을 늘리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한다. 상술한 것처럼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시대에 맞는 실질적 영어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실질적 영어능력 강화가 글로벌 강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가난한 중국 시골 청년에서 아시아 최고의 부호에 오른 자수성가 사업가 ‘마윈’은 영어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래와 같은 대답을 했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세상과 접하는 문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의 핵심 역량이라고 볼 수 있는 영어능력의 향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어를 접하는 시기라고 많은 언어학자가 이야기한다.

정책은 어른들이 만든다. 하지만 피해는 아이들이 받는다. 그렇기에 교육에 관련된 정책은 사회적으로 가장 많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교육적인 관심이 높고 현명한 학부모라면 분명 과거 지식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가속화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필요한 글로벌 능력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비판적 의사소통 능력을 독자적으로 키우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핵심 역량인 비판적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이 성공의 밑바탕이 될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곧 미래학’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이유는 미래를 살아가기 위함이지 현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미래 세상이 어떻게 될지 섣불리 예견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글로벌화가 축소되고 기술이 다시 이전으로 후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과거의 교육방식은 분명 아닐 것이다. 교육 정책 하나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교육 정책에 대해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연구와 사회적인 소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