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김정호 교수.
김정호 교수.

이제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엄마들은 아이를 너무 자기의 아바타로 기른다.

엄마 뜻대로 먹이고 엄마 뜻대로 입히고 엄마 뜻대로 학원 보내고, 엄마 뜻대로 친구도 만들어준다. 갓난아기 때야 그러는 것이 당연하지만 유치원 갈 나이가 됐는데도 그러는 것은 문제다.

아이들이 자기 힘으로 옷을 입고 자기 손으로 밥을 먹게 해야 한다. 자기 방 청소도 스스로 하고, 집안 일도 가족들의 식탁에 수저 정도는 시켜야 한다. 지금처럼 엄마의 아바타로 길러진 아이들은 20년 후 대부분 실업자가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살아갈 세상은 지금과는 정말 다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미래의 직업이 정해져 있는 세상을 살았다. 교사, 공무원, 대기업의 회사원... 우리들은  이런 직업들 중에서 각자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왔다.

그러나 그 전제는 곧 무너질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직업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미래의 직업이 저절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래학자들이 20년, 30년 후의 직업에 대해서 예측하지만 사실 공상과학 소설 수준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많은 수의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 뿐.

우리 아이들을 기다릴 직업은 없다. 미래의 직업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살펴서 그 일을 잘 해줄 때 그것이 직업이 된다. 그것이 무엇일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스스로 자신의 직업을 만들어야 하다.

그러자면 호기심과 의욕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호기심과 의욕이 필요하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인내심이지? 우리 아이들이 수많은 실패를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해보는 것들이니 잘 될 리가 없지 않은가. 실패를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봤을 때 지금 바른 유아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엄마들이 아이에게서 가급적 손을 떼는 것이다. 옷 입는 것, 밥 먹는 것, 친구 사귀는 것 모두 아이가 알아서 하게 하라. 

하다 보면 당연히 잘 안될 것이다. 시간만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될 때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엄마가 두고 봐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행착오 아닌가. 그러면서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인내심을 배우게 된다.
 
엄마의 역할이 있다면 아이가 한 일에 대해서 어떻더냐고 질문해주고, 아이의 답을 들어주는 것이다. 또 아이가 힘들게 노력했음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들을 좋은 학원 보내는 것보다 몇 배 더 필요한 일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20년 후의 그 세상,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하는 그 세상에서 스스로 문제를 찾고 답을 찾으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특히 유아교육은 이제 가르치려 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아이들이 20년 후의 세상에 잘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터득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런데 왜 경제학자가 유아교육 동네에 와서 목청을 높이지? 교육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20년 후의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의 취향은 어떻게 변하고 생산방식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로봇과 인간은 어떤 관계를 유지하게 될까. 그런 세상에서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까.

이런 것들을 그것을 예측하는 일은 유아교육학보다 경제학이 더 낫다. 그래서 경제학자인 필자가 유아교육에 나섰다. 10회 정도의 연재를 계획하고 있다. 유치원에 간 김교수, 경제학자의 유아교육법을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