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용희 회장을 도와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한어총 간부 19명을 입건했다.

서울마포경찰서는 지난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013년과 2014년도 한어총 국공립분과위원회 소속 시·도 분과장 17명과 당시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A씨와 B씨 등 총 19명을 추가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분과장들은 김 회장의 정치권 로비 제안에 따라 지난 2013년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각 시·도 분과별로 기부금 명목으로 총 4750만원을 걷어 김 회장의 통장에 입금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사무국장이었던 A씨와 B씨는 김 회장의 지시에 따라 입금전표를 작성한 뒤 한어총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10만원씩 후원금을 내는 것처럼 외관을 꾸며 국회의원 5명에게 각각 수백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자금의 성격이 '개인 후원금'으로 보이도록 10만원씩 '쪼개기 후원'을 지시했다고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김 회장은 국공립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던 2013년 각 시·도 분과장들에게 공문을 보내 기부금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걷도록 지시하고, 사무국장 A씨와 B씨에게 이 중 일부를 국회의원 5명에게 건네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회장은 또 지난해 한어총 회장으로 당선된 직후, 상품권 500만원어치와 현금 450만원을 연합회 공금으로 마련한 뒤 이 중 일부를 국회의원과 보좌관 10여명에게 건넨 혐의도 있다.

아울러 김 회장이 지난 2014년 국공립분과가 아닌 한어총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건넸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애초 경찰 수사는 김 회장의 독자적인 범행 의혹으로 시작됐지만, A씨 등 한어총 간부 19명이 무더기로 입건되면서 한어총 차원의 조직적 비위로 확대됐다.

김 회장이 2013년 분과장들과 사무국장들을 불러 모아 '한어총에 불리한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개인 어린이집 운영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정치권 로비를 제의했고, 이들이 로비 가담에 적극 동조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수사 결과, 일부 분과장들은 분과 법인 비용을 김 회장의 통장에 입금한 정황이 드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다소 분명해지기도 했다. 현행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 없다.

또 김 회장이 분과장들로부터 입금받은 4750만원 중 일부를 개인 활동비 명목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26일)부터 추가 입건된 피의자들을 순차적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며 "김 회장의 여죄 등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