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들이 폭로한 수원시 갑질 행정 사례 들어보니

수원시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원장들이 7일 오전 수원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시의 정치탄압 및 갑질행정을 규탄한 뒤 시청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수원시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원장들이 7일 오전 수원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시의 정치탄압 및 갑질행정을 규탄한 뒤 시청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7일 오전 8시 수원시청 맞은편 올림픽공원 광장에 패딩 차림의 여성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영하의 날씨 속에 삼삼오오 공원을 찾은 이들은 저마다 노랑 빨강 손피켓을 챙긴 뒤 줄을 맞춰 찬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표정에서는 비장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노랑 손피켓에는 '정치탄압 STOP! 공무원 갑질 NO!' 문구가, 빨강 손피켓에는'공정하고 정의로운 수원시 행정 요구하라'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오전 9시 광장에 운집한 인원은 약 300명에 달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수원시 관내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과 그의 가족들이었다.

수원시어린이집연합회에 대한 시의 정치적 탄압과 시 공무원의 갑질 행위를 규탄하고 중단을 촉구하기 위한 집회자리였던 것.

단상에 선 사회자가 당찬 목소리로 손피켓 내용을 선창하자 집회에 참석한 원장과 가족들은 입을 맞춰 큰소리로 복창했다.

자유발언 시간에는 여러 원장이 참석해 시의 갑질 행태를 폭로했다.

한 원장은 "공무원이 '쪽팔리게'라는 비속어를 사용하며 모멸감을 줬다"고 했고, 또 다른 원장은 "공무원이 어린이집연합회 임원진이 제출한 공문을 쳐내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팔달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원장은 "조금 전 구청으로부터 집회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다. 시가 (집회참석 원장)현황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이 또한 공무원의 갑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원장들이 밝힌 시의 갑질 행정 사례는 다양했다.

자신을 연합회 전 임원이라고 밝힌 한 원장은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야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연합회 임원에 대해 시 공무원이 (임원을)그만두게 하라는 압력을 행사했고, 연합회 회장에 대해서도 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려와야 한다고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현재 연합회 임원으로 활동 중이라는 한 원장은 "연합회가 매년 12월 열던 한마음 보육인대회는 시의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으로 열지 못했고, 지난해 말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어린이집 교직원연수도 새로 생긴 협의회에만 편파적으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원장은 "경기도지사 표창 대상에 선정됐지만 연합회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철회됐다"고 말했다.

또 "시 공무원이 일선 원장들에게 연합회를 탈퇴하고, 다른 신생단체에 가입할 것을 독려하는 등 사실상 연합회를 와해시키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원장들은 이날 3시간가량 이어진 집회 내내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으며 집회가 끝난 뒤에도 수원시청 주변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는 등 시의 부당한 정치탄압 및 공무원 갑질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