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회 "수원시 압력에 결국 회장·총무 사퇴..이후에도 정치탄압"

수원시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원장들이 8일 오전 수원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시의 정치탄압 및 갑질행정을 규탄하고 있다.
수원시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원장들이 8일 오전 수원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시의 정치탄압 및 갑질행정을 규탄하고 있다.

수원시가 민간단체인 수원시어린이집연합회 회장과 임원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수원시는 최근 어린이집연합회에 대한 정치적 탄압에 나섰다는 논란을 사고 있는데, 시 담당부서의 연합회장 사퇴압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른바 지자체 '보육 블랙리스트' 사태로 비화될 조짐이다.<관련기사 아래>

8일 수원시청 앞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연합회 주최 수원시 규탄집회에 참석해 단상에 오른 한 원장은 "시 담당과장과 팀장을 커피숍에서 만났다. 당시 과장이 '회장이 내려와야 한다'고 강요했고 결국 회장이 내려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시의 (연합회에 대한)탄압과 핍박은 지속됐다"고 폭로했다.

시가 각종 지원사업 및 지도·감독·감사 권한을 무기로 순수 보육인 단체 운영에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다.

당시 만남에 참여했던 원장 등에 따르면 시의 연합회 임원 사퇴 압력은 지속적이고 노골적이었다.

임원진 사퇴 압력의 발단은 지난해 6월13일 치러진 지방선거였다.

시는 연합회 총무인 A원장이 자유한국당 시의원 비례대표를 신청한 것을 문제 삼았다. A원장은 비례대표 1번을 받았으나 이중당적 문제로 당선되지 않았다.

시 담당부서 과장은 그로부터 10여일 후인 2018년 6월25일 당시 연합회장이던 B원장을 시청 인근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과장은 'A원장을 임원에서 내려라'라고 요구했다.

일주일 뒤인 같은해 7월2일에는 시 담당 팀장이 B원장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찾아가 B원장에게 A원장의 총무직 사퇴를 독촉했다.

그럼에도 B원장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이번에는 화살이 B원장으로 향했다.

같은해 7월6일 과장과 팀장은 연합회 또 다른 임원들을 시청 인근 커피숍에서 만났다. 과장·팀장은 이때부터 "회장이 내려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시 커피숍 만남에 자리했던 한 원장은 "(과장·팀장은) 회장이 A원장 사퇴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선거 관련해 '회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고백했다.

담당 공무원들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A원장과 B원장은 결국 그해 연합회 총무직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B원장은 "제가 (회장직을)유지하면 시가 연합회 자체를 안만나겠다고 하니 저만 내려오면 연합회와 시가 잘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했고, 연합회를 위해 (회장직)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A원장도 "저 개인이 비례대표를 신청했던 것인데 그것을 두고 시는 연합회 전체를 싸잡아 정치 중립을 지키지 않은 단체로 치부하며, 소통 단절을 선언했다. 제 개인적인 문제로 연합회에 피해를 주고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연합회를 위한 자문'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시 담당부서는 "(연합회 임원진의)사퇴를 종용한 바 없다. 연합회 쪽에서 잘 판단을 하도록 자문을 한 것"이라며 "선거와 관련한 책임의 필요성을 이야기 한 것으로 이해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집연합회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시청 앞에서 시의 정치탄압·갑질행정에 대한 규탄집회를 이어갔다. 연합회 소속 원장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임원 중 한 명이 한국당 시의원 비례대표를 신청한 것을 이유로 시로부터 각종 불이익과 정치탄압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시는 같은 이유로 연합회와는 더이상 함께 일하지 않을 방침이며, 대화와 소통도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보현 현 연합회장은 "저희는 수원시와 싸우고 싶지 않다. 시와 등지고 일하고 싶지 않다"면서 "지난 20여년 파트너로 지내왔기에 어린이집을 인정해 달라는 것 뿐이다. 그전처럼 시와 어린이집이 하나가 돼 수원의 귀한 아이들을 함께 키워나가고 싶다. 시는 소통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