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 공공시설 임대, 주민 반발
주민 “모든 아이들을 위한 시설, 기회의 평등함 빼앗는 것”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을 장려하고 나선 교육부 유은혜 장관.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을 장려하고 나선 교육부 유은혜 장관. /뉴스1

정부 방침에 따라 경기 화성시 동탄에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협동조합유치원’이 특혜 시비에 휘말리며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을 위해 공공기관 시설 임대를 허용해주는 예외적 내용의 시행령 개정 때부터 예견됐던 논란이다. <관련기사 아래>

동탄유치원사태비상대책위원회와 경기도교육청은 올 3월 개교 예정인 동탄2신도시 목동초등학교(동탄16초) 이음터 시설에 협동조합유치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화성시 또한 협동조합유치원에 이음터 시설 공간 일부를 임대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을 전체 아이들의 공간을 조합이 독점하는 것은 특혜성 정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화성시 소유 이음터는 원래 학생들과 주민을 위한 학교복합시설로 계획된 곳이다. 학교내 부지에 유아와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문화, 체육, 예술 활동 공간을 조성하고, 마을 주민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을교육공동체 공간으로 학교와 마을 주민을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이름도 ‘이음터’로 지었다. 학교 개교 시기에 맞춰 올 3월 개관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 협동조합 유치원 공간을 조성하려면 공간 구조나, 개관 시기 등 당초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자신을 목동초에 입학하는 한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주민 홍모 씨는 “현재 목동에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없어 이음터 완공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합유치원 들어온다고 이음터 완공이 늦어지는 동안 아이들은 도서관 없는 학교를 가야한다”며 “또한 학교 정문 옆이 바로 공사장인데 아이들이 공사장을 통해 학교에 가야 한다”고 주민과 상의 없는 조합유치원 임대를 반대했다. 

주민 현모 씨는 “목동초 이음터는 창의적으로 아이들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시설이다. 이 시설을 도보로 이용 가능한 단지만 해도 10개단지 1만세대 약 3만명에 달하고, 동탄6동으로만 봐도 7만명 이상이 사용하게 되는 공간”이라며 “그러한 공간을 주민 의견 수렴 없이 행정기관 마음대로 바꿔 버린다는 것은 기회의 평등함조차 빼앗아 버리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 “조합유치원은 사립유치원, 왜 공공시설 임대해주고 설계변경까지 해야 되나?”

이달 9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협동조합유치원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달 9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협동조합유치원 지원 계획을 밝혔다.

주민 이모 씨는 “협동조합유치원 때문에 이음터 완공이 늦어진다면 아이들은 반년을 또다시 먼지와 건설기계들이 왔다갔다하는 공사현장에서 공부하게 된다. 또 초등학교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사라지게 된다”며 “이러한 일들이 조합원유치원이라는 미명하에 교육청에서 사립유치원을 인허가 한다면 목동 주변 시설을 이용하게 될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임모 씨는 “목동 이음터에 조합유치원 설립은 세금으로 지어진 공공도서관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고 공공성 훼손이 심히 우려된다”며 “사적단체인 조합유치원을 위해 왜 공공시설이 설계 변경돼 지어져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도교육청 자유게시판에는 이러한 내용의 주민 민원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특정 조합원 자녀를 위한 조합유치원 지원보다는 공립유치원을 지으라는 민원도 있다.   

반면 도교육청은 이재정 교육감이 직접 나서서 목동초 이음터에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5학급 규모의 협동조합유치원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시도교육감이 인정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시설을 임차해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의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데 이어 지난해 10월 30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교사(校舍) 및 교지(校地)를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에 예외를 둔 것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A유치원이 지난 2017년 7월 설립자의 사망으로 폐원위기에 처했던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인근에 병설유치원을 짓고 아이들의 분산배치 계획을 세웠지만, 학부모들은 이에 반발, 직접 유치원을 운영하겠다고 교육당국과 정치권에 민원을 제기했으며, 정부는 결국 이를 수용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교육위 간사를 맡고 있던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학부모 대책위와의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2100세대 공무원 아파트 단지내 위치한 A유치원은 공무원연금관리 공단 소유 건물에 위치해 있는데, 교사 및 교지 소유 원칙이 적용되기 이전인 1991년 설립돼 임대유치원 형태로 운영이 가능했었다. 

설립자 사망 이후 지금껏 예외적으로 설립자 공석 상태에서 운영돼 왔던 A유치원은 올 3월부터 학부모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직접 운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