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정책연구소가 펴 낸 영유아 심리방역 매뉴얼
육아정책연구소가 펴 낸 영유아 심리방역 매뉴얼

<영유아 발달 특성에 따른 감염병 재난 스트레스 반응 이해하기>

효율적인 감염병 대응을 위해 영유아의 발달적 특성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발달적 특성을 이해하면 감염병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습니다.

◇ 어린 아이들은 부모의 반응을 통해 재난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감염병 자체보다 부모의 반응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영유아기는 양육자와 애착을 형성하는 민감한 시기입니다. 아이들은 감염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애착대상인 부모의 반응을 살피며 상황을 이해하려 합니다. 부모가 걱정을 하거나 불안해하면 자녀들도 같은 정서를 경험합니다. 아이들은 감염병에 대한 무서움보다 부모의 비난, 강압적이고 처벌적인 양육 행동, 정서적 방임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 어릴수록 재난 스트레스를 비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유아기는 언어발달이 아직 다 이루어지지 않은 시기입니다. 아이들이 언어로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재난 관련 스트레스는 비언어적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아이의 행동 변화에 주목하세요. 식습관 변화(더 많이 먹거나 먹지 않음) ▲수면의 어려움, 야뇨증, 악몽 ▲어두움에 대한 두려움, 분리 불안 ▲지나친 의존행동, 아기 짓과 같은 퇴행 행동 ▲성격의 극적 변화, 눈에 띄게 증가한 짜증이나 공격성, 또래와의 갈등 증가 또는 위축 ▲죽음에 대한 반복적 언급 ▲주의집중 저하를 살펴봐야 합니다. 

◇ 어린 아이들은 마음의 갈등이나 충격을 외상적 놀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영유아들은 마음도 놀이로 표현합니다. 충격으로 외상이 발생한 경우 신경질적이고 파괴적인 놀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모의 감염, 격리, 죽음 등을 표현하는 반복적이고 강박적인 놀이는 아이의 심한 내적 갈등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강박적이고 파괴적인 놀이가 계속 나타나면 강제로 중단하거나 혼자 개입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 실제 겪지 않은 사건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린 아이들은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돌이 채 되지 않은 영아들도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과 공감 능력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직접 말해주지 않아도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 달라진 주변 환경을 통해 감염병과 관련된 변화를 감지하고 부모의 고통과 걱정에 반응합니다. 실제 겪은 일이 아니어도 미디어를 보고 감정 이입해 불안과 공포를 경험할 수 있으므로 충격적인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지 마세요.

<영유아에게 감염병 재난 설명하기>

감염병에 대해 잘 모를 때 두려움과 불안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감염병 재난을 설명해주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을 줄이고 적응을 돕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아이들이 감염병에 대해 배우고 감염병 재난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세요. 

◇ 아이들이 감염병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먼저 확인하세요.

아이들에게 무조건 가르치거나 일방적으로 설명하려 하지 말고 먼저 아이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아보세요. 어른들이 생각한 것 보다 아이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OOO 감염병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니?”하고 먼저 질문해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차분히 들으면서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지 않은지 파악해야 합니다.

◇ 감염병에 대한 아이들의 오해를 바로잡아 주세요.

아이들은 주변의 어른이나 친구, 미디어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잡아 주세요. 아이가 “우리 동네에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 있으면 우리도 무조건 다 걸리는 거래”라고 한다면 모두 다 감염되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 부모-자녀 분리 시, 아이에게 부모의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아이들은 감염병으로 인하여 예상치 못하게 부모와 격리를 경험하면서 크게 당황하고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변의 어른들(예: 조부모, 친인척, 교사 등)이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고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아이 수준에 맞추어 엄마, 아빠와 떨어져 지내게 된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아이가 어리다고 설명을 하지 않거나 부족하게 하면, 엄마, 아빠가 자신을 버리고 갔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엄마, 아빠와 어떻게 연락할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가능하다면 규칙적으로 엄마, 아빠와 전화나 영상 통화로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