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에서 와서 그래? 왜 이렇게 친절해? 사립에서는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하면 안 돼’...첫 해에는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어요. 잘 하려고 하지 말라는 말도 충격적이었어요.”

“사립에서는 번갈아 가면서 동료 장학을 했고, 선배 교사와 동료 교사들을 통해 배우는 점이 많았어요. 우리 반이 현장 학습을 가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공개수업에 들어가지 못했더라도, 나중에 다 같이 모여서 수업 촬영본을 보고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아이디어도 많이 얻고, 수업 기술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런데 공립에서는...촬영이라도 해서 다 같이 보고 배우고 싶은데 다들 부담스러워 해서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립을 떠나 공립으로 온 후로 다른 선생님 수업을 본 적이 없었어요.”

“난 공립유치원이 교육의 질이 더 낮다고(못하다고) 생각해요. 공립에서는 만약 유아 흥미 위주로 교육하는 교사가 있다면, ‘교실에서 뭐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들을 것 같아요. 난 유아의 흥미에 따른 교육을 하고 싶은데 여기서는 불가능해요.”

“교육과정 운영계획서에서 벗어나 학사 일정이 변경되는 것을 싫어하세요. 이렇게 결과를 모아서 나중에 각 학급의 교육과정과 학급 특색에 대해 파일을 하나씩 만들어서 제출하면, 교사들이 그걸 보면서 다면평가를 해요. 그게 성과급으로 연결되니까 또 따르지 않을 수도 없어요.”

김정호 박사.
김정호 경제학 박사(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이화여대 석사논문(2018년) 중에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하다가 공립으로 옮긴 교사들의 이야기를 분석한 논문이 있다. 한 교사가 공립유치원에 가서 느낀 점들은 사립과 공립의 차이를 잘 드러내 준다. 

사립유치원에서 교사들의 활동은 상당히 역동적이라고 했다. 서로 배우며 발전하는 것을 원장이 장려한다고 했다. 

반면, 공립은 교사들이 지금껏 해오던 대로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공무원 사회의 일반적인 분위기가 국공립유치원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이 이 교사의 관찰에서 잘 드러난다.

이 교사가 느끼는 사립유치원의 결정적 단점은 돈 문제였다. 

“자기들 이윤을 취하기 위해 교사 임금에 손을 대는 거잖아요. 그때는 ‘네’ 했지만, 계속 부당하다는 생각은 마음속에 있었어요. 그때 월급 되게 적었었거든요? 그리고 매번 계약 때마다 조건이 걸렸어요. ‘미안하지만 올해만 더 고생하면 내년엔 해줄 수 있어’라는 제안을 들으며 난 계속 고용불안을 느꼈어요. 그 약속이 지켜질지 모르니까요.”

이 교사는 돈 문제만 빼면 사립유치원이 거의 다 좋다고 했다. 교육의 수준이나 교사들이 서로 배워가며 발전하려는 분위기 모두 좋다고 했다. 하지만 돈 문제가 사립을 떠나 공립으로 가게 만들었다. 사립의 돈 문제 중에는 고쳐질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정책만 바꾸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 사립유치원의 단점은 돈 문제

사립유치원의 가장 큰 단점은 돈 문제다. 학부모 부담금이 공립보다 월등히 비싼데다가 책임자인 원장이 돈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 위 인용한 논문 속 교사도 돈 문제로 사립을 떠나 공립으로 옮겼다. 

반면, 국공립유치원의 구성원들은 돈에 무디다고 했다. 필요한 것은 국가에서 다 채워주니 돈 걱정할 이유가 없다. 

원장이 돈 문제에 민감한 것은 단점이다. 교육기관의 책임자가 돈에 민감한 것은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불편하다. 교육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렇긴 해도, 원아 수가 줄거나 비용이 조금만 늘어도 적자가 날 수 있는 상황에서 돈에 민감하지 않는 것도 오히려 이상하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 경영을 하는 사립유치원의 교육 속성을 감안한다면, 사립유치원이 돈에 민감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원비, 즉 공-사립 간 학부모 부담금의 차이는 고칠 수 있다. 현재의 원비 차이는 정부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 원아 1인당 사립 53만원 VS 국공립 114만원

공사립유치원 학부모 부담금. 유치원알리미 2021년 1차 공시 내용. 김정호 박사는 최종부담금은 여기에 방과후과정비, 급식비, 차량통학비 등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공사립유치원 학부모 부담금. 유치원알리미 2021년 1차 공시 내용. 김정호 박사는 최종부담금은 여기에 방과후과정비, 급식비, 차량통학비 등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우리 유아교육법은 만3~5세 아이들을 위한 유아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실제로 택한 방식은 공립은 거의 무상으로 만들고 사립은 절반만 그렇게 했다.

국공립유치원의 유아 1인당 비용은 월 114만원, 사립은 월 53만원이다(자세한 내용은 김정호 경제학 박사의 2018년 논문과 저서 ‘맘이 선택케 하라’ 참조). 만약 공사립을 막론하고 유치원이 ‘스스로’ 재정을 책임져야 한다면 공립은 114만원, 사립은 53만원을 학부모로부터 원비로 징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유아 무상교육은 중간 단계이다. 국공립은 학부모 부담금이 거의 없는 반면, 사립 학부모는 바우처로 매월 28만 원(누리과정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지만, 원비 53만 원에서 정부 지원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자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책 결정자들은 공립유치원은 후하게 직접 지원하고 남는 돈으로 학부모 지원금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직접 예산 지원은 낡고 비효율적 제도다. 

원아가 몇이든 운영비를 모두 지원하다 보니, 교사들이 타성에 젖어 예산 절감 노력도, 혁신 노력도 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영국 같은 유아교육 선진국들은 예산을 공립유치원에 직접 주지 않고 학부모에게 주는 방법으로 바꿨다. 

공립유치원도 학부모가 아이를 등록하지 않으면 예산 확보가 안 된다. 예산을 학부모에게 나눠주고 공립이든 사립이든 원하는 곳을 선택하게 한 것은 유치원들의 혁신과 다양성 노력을 위함이다. 

우리나라도 스웨덴과 노르웨이 같은 유아교육 선진국처럼, 또 유아교육법 취지대로 국공립유치원에 직접 지원할 1인당 114만 원의 재정을 유아 학부모에게 직접 나눠 준다면 1인당 60만 원 넘게 지원해 줄 수 있다. 

사립유치원 평균 비용 53만 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대부분 사립유치원들의 학부모 부담금은 0원이 될 수 있다. 공립은 거의 무료이고, 사립은 비싸다는 현재의 이미지는 정부의 잘못된 교육재정 운용이 빚어낸 결과다. 

<이 기사는 유아교육정책 전문가 김정호 경제학자가 쓴 ‘맘이 선택케 하라’ 책 내용을 편집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