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맞추기식 국공립 확대..영세 사립유치원 고사 위기
짜맞추기식 국공립 확대..영세 사립유치원 고사 위기
  • 최대호 기자
  • 승인 2018.03.06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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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육수요 감소추세 불구 국공립 원아 취원율 40% 목표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열린 '유아교육 평등권 확보와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 뉴스1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열린 '유아교육 평등권 확보와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 뉴스1

 

공립원아 1명당 월 교육비 사립의 두배…'공무원 늘리기' 지적

전문가 "교육 다양성 위해 사립유치원의 지속가능 환경 필요"

문재인 정부의 유아교육 정책이 지난 100여년 대한민국 유아교육을 이끌어 온 사립유치원을 고사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부의 대통령 공약 짜맞추기식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에 대한 폐해를 우려한 목소리다.

6일 교육부, 전문가, 한국유치원연합회 등에 따르면 2017년 4월 기준 전국 국공립유치원은 4747개원 1만3095학급(원아 17만2521명), 사립유치원은 4282개원 2만6074학급(원아 52만2110명)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교육철학을 기조로 오는 2022년까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 등을 목표로 한 유아교육 혁신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최근 유아교육 혁신안 세부이행계획으로 올해 전국에 국공립유치원 497개 학급을 신증설하는 등 향후 5년간 2600개 이상의 국공립유치원 학급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4월 기준 24.8%(17만2521명)이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5년 뒤 40%(22만4000여명)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또 학급당 배치기준도 어린이집 수준(만3세 15명, 만4·5세 20명)으로 낮추기로 했다. 병설유치원 신설을 유도하기 위해 일반직에 대한 관리수당을 도입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병설유치원에 대해서는 행정직원을 추가 배치한다는 계획(245명→1000명)도 내놨다.

하지만 이를 두고 유아교육 전문가와 유치원연합회 측에서는 현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출생아 감소로 인해 해가 갈수록 교육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국공립유치원 확충은 전체 원아 대비 학급수 과잉으로 이어지고 결국 정부 지원을 덜 받는 사립유치원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이대로라면 영세 사립유치원의 경우 수년 내 줄줄이 고사(폐원)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영형 사립유치원' '공공위탁제 도입' 등의 카드를 꺼내 들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규모도 확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립' 특성상 참여율이 얼마나 될지 수요예측도 못한 상태다.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가 제작한 유치원 관련 영상 캡처.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가 제작한 유치원 관련 영상 캡처.

국공립과 사립 원아 간 사회적 비용 지원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공·사립유치원 원아 1인당 월간 교육비(2015년 2월 기준, 국가지원금+학부모부담금)를 보면 공립단설은 78만5300원(75만9400원+2만5900원), 공립병설 61만6000원(60만9600원+9600원), 사립 55만3500원(33만8700원+21만4800원) 순이다. 시설투자비, 교사 인건비, 교육비 등 유치원교육에 소요되는 월간 총액은 사립유치원이 가장 저렴하다.

여기에 국가지원금과 학부모부담금을 구분해 보면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가 사립에 다니는 원아보다 월등히 많은 국가지원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립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의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때문에 정부는 '교육기회 평등 보장'을 명분으로 이번 개혁안 추진에 나섰지만 되레 불평등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사립유치원 원아 비율을 유지하면서 지원금 제도 등을 개선해 교육비를 학부모에 직접 지원하고 자녀를 공립에 보내든 사립에 보내든 학부모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가 되면 '공립 114만원, 사립 53만원'의 월 교육비가 소요된다고 논문을 통해 추산했다. 공립유치원 원아에게 드는 사회적 비용이 사립유치원 원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김 교수는 "1980년대 초 800여 곳에 불과했던 유치원이 제5공화국 시절 국가가 민간에 유치원 개원을 독려해 8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민간에서 사재 수십억원을 들여 유치원을 설립했다"며 "국가로부터 아이들이 받는 교육혜택의 형평성은 물론 교육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사립유치원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국공립유치원도 각자 자율성을 갖도록 해 학부모의 선택을 받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5개년 계획의 유아교육 혁신 방안 추진에 매년 4조4000억원씩 총 22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100여년 동안 국가를 대신해 유아교육을 이끌어 온 사립유치원을 고사시키려 한다"며 "현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부의 유아교육 혁신 방안은 대통령 공약을 위한 짜맞추기식 발표이자 공무원 수 늘리기 정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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