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재량 남용" vs "고유권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재량 남용" vs "고유권한"
  • 최대호 기자
  • 승인 2019.06.2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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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상산고등학교. /뉴스1
전주 상산고등학교. /뉴스1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 등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탈락을 계기로 이번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교육청 재량에 따라 자사고 운명이 갈리면서 형평성 문제와 재량권 남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자사고 지정취소를 예고한 교육청들은 재지정 평가가 교육청 고유 권한이며 원칙과 절차에 따라 진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교육청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따라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와 경기 안산 동산고등학교는 평가에서 탈락해 지정취소 위기에 놓였고 전남 광양제철고는 재지정이 예고됐다.

자사고의 운명을 좌우한 건 교육청별로 다른 평가 기준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상산고는 상대적으로 높은 재지정 평가 통과 기준점수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상산고 재지정 평가를 맡은 전북교육청은 교육부나 다른 시도교육청이 제시한 재지정 평가 통과 기준점수(70점)보다 10점 높은 80점을 제시했다. 79.61점을 획득한 상산고는 불과 0.39점 차이로 지정취소가 예고됐다. 상산고가 다른 시도교육청에 소재했더라면 재지정될 수 있었던 셈이다.

교육청별로 다른 세부 평가지표 배점에 따라 자사고가 울고 웃는 상황도 생겼다. 대표적인 게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노력' 지표(4점)다.

전북교육청은 해당 지표에서 신입생 정원의 10% 이상을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로 선발해야 만점을 주는 형태로 정량평가했다. 상산고는 이 지표에서 1.6점을 받았다. 0.39점 차이로 탈락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 지표가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강원교육청과 울산교육청은 해당 지표에 대한 잣대가 다르다. 정성평가를 통해 말 그대로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을 위해 노력했는지' 정도만 확인한다. 과거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된 학교의 경우 법적으로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를 선발할 의무가 없는데 관내 학교들이 이에 해당하는 점도 감안했다. 상산고도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된 학교다.

또 다른 평가지표인 감사지적 사례 평가기준도 교육청별로 다르다. 경기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예고는 경기도교육청의 감사지적 사항에 대한 높은 감점 비율이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은 감사결과에 따라 주의처분에 0.3~0.5점, 경고처분에 0.5~0.7점을 감점한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주의·경고에 각각 1, 2점을 감점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전북교육연대 등 교육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 당연, 교육부 동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북교육연대 등 교육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 당연, 교육부 동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자사고 "교육감 재량권 남용 평가" vs 교육청 "교육감 고유 권한"

자사고 측은 이번 재지정 평가의 형평성·공정성 문제와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을 지적한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타 지역은 70점이면 통과되는데 전북은 79.61점을 받아도 탈락하는 게 김승환 교육감식 공정성이라면 그 부당성을 만천하에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재지정 동의권을 가진) 교육부 장관은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에 동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규철 안산동산고 교장은 "경기도교육청은 총 6개 지표 중 1개 지표(감사 지적사항 등 교육청 재량평가)가 다른 시도교육청과 다르다"며 "이점이 바로 학교에 불리하게 작용한 항목이고 의도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공정하지 못한 재지정 평가였다"고 지적했다.

교육청 측은 재지정 평가가 교육감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일찌감치 교육부나 다른 시도교육청보다 상향된 기준점수를 제시한 것에 대해 교육감 권한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 3월 전북도의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점수를 제시한 것에 대해 "교육부는 기준만 제시한다. 평가는 교육감 권한"이라며 "일반고도 평가를 하면 70점은 넘긴다. 또 자사고라면 80점은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재지정 평가 취지도 동상이몽…"지위 갱신 취지" vs "재지정 의무 없어"

자사고 재지정 평가 취지를 놓고서도 의견이 갈린다. 서울 중동고 교장을 지낸 오세목 전 자사고교장연합회장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앞으로도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지 지정취소를 위한 게 아니다"며 "마치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듯 자사고 자격(지위)을 갱신하기 위한 평가"라고 했다.

반면 김 교육감은 "교육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사고를 재지정 처분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며 "임대차 계약도 5년을 계약한 후 임대인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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