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유치원 이정자 설립자 인터뷰

유치원 벽에 걸려 있는 아이들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서원유치원 이정자 설립자.
유치원 벽에 걸려 있는 아이들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서원유치원 이정자 설립자.

경기 안산 상록구에 위치한 서원유치원의 유아교육 특징을 한두 마디로 간단하게 요약하기는 어렵다. <관련기사 아래 - '실패해도 포기 않는 유능한 아이들'>

굳이 비교하자면,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과 유사하다.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아동을 마주하는 서원유치원의 교육철학이다. 아동을 유능한 존재로 인식하고, 그 유능함을 발현시키는 교육을 한다.

돌멩이 속 보석을 그대로 두면 그냥 돌멩이지만, 겉에 돌을 깨내고 돌멩이 속에서 보석을 끄집어내면 빛나는 보석이 된다. 서원유치원의 교육철학은 국내서는 물론이고 해외서도 여러 나라에서 배우러 올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Q. 서원유치원의 교육법은 어떻게 탄생했나. 

중요한 자각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서울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다가 1992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미국 메사츄세츠 주립대학 교수인 조지 포먼 구성주의 학자의 강의를 듣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그때 우리는 어린이를 가르친다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무엇을 자꾸 줄려고만 하고 그런 때였는데 강의를 듣고 나니, 그렇게 가르치면 어린이는 행복한가? 진짜 지식이 외운 지식인가?, 아니면 어린이 스스로 이해를 한 지식인가, 그런 것들을 고민했다.  

1994년에는 호주 멜버른 대학에서 레지오교육의 출발지인 이탈리아 레지오 아이들의 전시회를 보게 됐다. 그때도 깜짝 놀랐다. 어떻게 어린이들이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그러한 활동까지 할 수 있는지 너무 놀랐다.

그러면서 1996년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해 연수를 하며 레지오 교육을 실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간 팀이었다. 그런데 레지오교육법이 어떤 책자가 있는 것이 아니고 딱 정해진 틀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교육철학만을 이야기했다. 우리더러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 문화에 맞춰서 교육을 하라고 하더라. 그리고 같이 공유하자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 몇 년간 공부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특히 어린이의 유능함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됐다. 모든 교육현장을 바꿔야 했다. 교사도 의식을 바꿔야 하고 나도 변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2002년 서원유치원이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서원유치원 나름의 커리큘럼과 교육과정을 진행해 왔다. 요즘 아동중심, 유아중심의 교육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그 목표가 우리의 교육과 거의 일치한다. 

사람들은 우리 유치원교육을 레지오라고 말한다. 그런데 서원유치원만의 교육이 있다. 어린이에 대한 존중, 어린이에 대한 유능함, 레지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지만 그대로 답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재구성을 해서 서원유치원만의 교육이 만들어졌다. 

Q. 어린이의 유능함을 강조하시는데. 

보통 유아가 태어날 때부터 작고,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고, 무능하고, 백지 같은 존재여서 우리가 보호해야 하고 계획해서 가르쳐야 하는 존재로 본다면, 우리는 유아를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내는 유능하고 강인한 존재로 본다. 이는 유아와 그들이 가진 생명력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고 교육에 반영된다. 

우리 유치원의 아이들은 교육의 주체고 능동적이다. 자신들이 놀이를 선택하고, 수행을 하고, 하다 안 되면 문제해결을 시도한다. 보통 그룹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지식을 진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친구들과 서로 협력해 경험을 공유하며 성장한다. 그리고 모른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서슴없이 말한다. 획일화된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는 무엇을 가르치는 것보다 지원자로서의 교사다. 교사가 하는 일은 어린이들의 뜻을 읽는 일이다. 학습의 주체자로서 아동을 보고 그 아이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다양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그 아이의 말과 행동이 나타낸 뜻을 읽기 위해 연구한다. 

이런 방법이 어린이에 대한 재해석이다. 어린이의 유능함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살도록 하는 것. 선생님들은 항상 아이들을 바라보고 함께 많은 고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