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육현장을 가다]

원생의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력 지켜주는 유치원
확고한 교육철학으로 지킨 40년 넘는 역사와 전통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목받는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
백가지의 생각으로 백가지의 세상을 만드는 아이들

새순유치원은 유아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식보다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새순유치원은 유아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식보다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는 백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백가지의 언어로 말하고, 백가지의 손, 백가지의 생각, 백가지의 놀이하는 방법, 발견해 나갈 백가지의 세상, 고안해 낼 백가지의 세상, 꿈꾸는 백가지의 세상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어린이에게서 아흔아홉가지를 훔쳐가 버린다. 그리고 어린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손을 써서 생각하지 말라, 듣기만 하고 말은 하지 말라, 기쁨은 느끼지 말고 이해만 하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세상을 발견하도록 하라고. 직업과 놀이, 현실과 환상, 과학과 상상, 하늘과 땅, 논리와 꿈들은 같이 섞여질 수 없는 것들이라고. 백가지는 없다고. 

어린이는 말한다. 천만에요. 백가지가 있어요.

위 내용은 레지오 에밀리아 프로그램의 창시자인 로리스 말라구찌의 유명한 글 ‘천만에요, 백 가지가 있어요’를 군데군데 요약한 내용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새순유치원(원장 이명수)의 교육철학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유치원 정문 옆 벽에는 로리스 말라구찌 여사의 이 글이 걸려 있어 이곳 유치원이 지향하는 교육의 방향을 알려준다.

새순유치원의 교육은 유아의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존중하는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개정 누리과정이 추구하는 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자연탐구, 사회관계, 예술경험 등 5개 영역 발달 프로그램에도 충실하다. 여기에 또 하나 큰 특징은, 숲교육도 활발하다. 

이러한 교육이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연결되며 새순유치원은 한 자리에서 40년 넘는 세월 동안 학부모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81년 정식 인가 개원을 했지만 교회 부속 유치원으로 1977년 선교원 시절부터 따져보면 46년간 한결 같은 모습이다. 

주위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유치원도 많지만 이곳은 멀리서도 일부러 자녀를 보낼 만큼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당연히 이곳 유치원의 교육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유아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창의성을 지켜주고 길러주는 새순유치원의 교육은 더욱 주목받는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교육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 몰입하고 탐구하고 열중하는 프로젝트 프로그램

새순유치원은 개정 누리과정이 추구하는 오감발달 교육에서 충실하다.
새순유치원은 개정 누리과정이 추구하는 오감발달 교육에서 충실하다.

새순유치원은 원생들이 스스로 탐구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많이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호기심을 품고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수업 방식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열정은 놀랍고 집중력은 대단하다.

병아리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됐던 날, 수염 난 새를 그린 아이, 발가락이 10개인 정체불명의 그림, 오리처럼 주둥이가 길게 나온 새를 그린 그림 등 아이들이 그린 병아리 그림은 그야말로 제각각이었다. 

그러던 아이들이 병아리를 연구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병아리 그림에 수염이 없어지고, 사람처럼 10개이던 발가락도 제 모양을 찾아갔다. 솜털 같은 노란 깃털이 달려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양계장을 직접 다녀오고 나서는 무정란과 유정란 차이를 설명할 만큼 병아리 박사가 돼 있었다. 

아이들이 밖에서 놀다가 그림자에 호기심을 갖게 된 때는 그림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오전 오후 시간대에 따라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관련 책을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한 다음에는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돌면서 그림자의 길이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교실에서는 빛을 비추는 도구를 사용하며, 그림자의 크기나 길이가 빛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스스로 터득했다.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놀다가 문득 가지게 된 호기심이 우주에 대한 공부로까지 연결된 것이다. 물론 그림자에 대해서도 박사가 됐다. 

새순유치원의 프로젝트 수업은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따른다. 여러 요소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깊게 탐구한다. 말하자면 심층 프로젝트다. 

여름에 나는 과일을 주제로 여러 과일을 알아보는 프로젝트 수업이 있다면, 새순유치원 원생들은 예를 들어 딸기 하나를 깊게 파고든다. 딸기의 모든 것을 알아보고 파헤치고 현장 경험을 거듭하며 아이들은 마침내 딸기에 관한한 박사가 되는 식이다. 

그렇게 하나하나씩 주제를 늘려가며 아이들은 보다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스스로 탐구하는 태도는 나중에도 사라지지 않는 온전한 지식으로 흡수된다. 특히, 아이들이 자신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결과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수업에서 교사는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서도 맞다 틀리다 평가하지 않는다. 유아들이 스스로 주도하는 활동을 지원하는데 충실할 뿐이다.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구한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백 가지의 언어와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다. 절대로 한 가지 길로만 향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 숲에서 놀고 배우며 건강한 아이들

새순유치원은 숲교육 잘하는 유치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새순유치원은 숲교육 잘하는 유치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새순유치원은 숲교육 유치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곳 이명수 원장은 산림청이 인증하는 유아숲 지도사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새순유치원의 숲교육 활동은 활발하고 그 효과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지고 있다. 

원생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인근 우면산이나 양재문화예술공원, 방배 유아숲체험원 등 숲으로 나간다. 서울은 많은 지역에 유아숲체험원이 잘 꾸며져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이들은 숲에 자주 나가는 만큼 다람쥐처럼 발 빠르게 잘도 산을 오른다. 숲에 오른 아이들은 교실에 있을 때보다 더 밝고 건강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자연은 아이들에게 가장 흥미롭고 재미난 놀이터다. 

친구들과 탐험하듯 산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뛰어 노는 것도 재밌지만 온갖 식물과 곤충, 운이 좋으면 심심치 않게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도 만나 볼 수 있다. 서초구가 지원하는 숲해설사도 만나는데, 숲에 대한 설명은 아이들에게는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한 살아 있는 교육이다.  

숲에 가는 것이 무엇이 그리 좋을까. 어른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유치원에서 엄마들을 초청해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올랐던 날, 한 원생의 엄마는 비로소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아이 손을 잡고 산에 오르는 길이 즐거웠다. 산에 올라서는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뛰어 놀고, 주변 나뭇잎 속을 뒤져가며 도토리를 주워 다람쥐 식사도 차려줬다. 작은 나뭇가지와 솔방울 같은 걸로 액자도 만들고, 산을 내려와서는 유치원에서 주는 완주 메달도 목에 걸 수 있었다.    

엄마들은 서울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는 줄 몰랐다며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꼈다고 한다. 무엇보다 즐겁다고 이야기 했다. 어른도 그런데 하물며 어린이들은 어떨까. 

이명수 원장은 “아이들은 숲에서 행복하다. 활발하고 건강해 지는 것도 물론이지만, 서로 끌어 주고 밀어주고 협력하며 사회성을 기르고, 신기한 것도 많다보니 어휘력도 는다. 오감을 깨우고 창의성이나 문제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자연은 유아들에게 가장 훌륭한 교사”라고 강조했다. 

◇ 건강 안심 유치원, “모든 유아교육은 지식, 기술, 태도”

그림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원생들.
그림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원생들.

새순유치원은 또 건강 안심 유치원을 지향하고 있다. 유아교육의 가장 기본은 아이들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키우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를 위해 우선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유아들의 먹거리다. 서초급식지원센터의 식단을 제공하는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아이들 건강을 위한 저염 음식이다. 유아기부터 접한 저염식단은 성인이 돼서도 음식을 덜 짜게 먹는 식습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유아들의 안전 관리를 위해서는 ‘지식, 태도, 기술’로 이어지는 교육이 이뤄진다. 대학 강단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진행했던 이명수 원장은 아동 안전관리에 관한 강의도 했는데, 유아들의 안전관리를 위해 이 원장이 강조하는 것이 ‘지식, 태도, 기술’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행 안전을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신호등 체계나 표지판이 의미하는 바를 알려주는 것이 지식, 차량이 오가는 길에서 놀면 안 된다는 태도, 안전하게 길을 건너려면 보행 신호가 파란불이라도 차량이 오는지 살피고 손을 들고 걸어가는 기술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안전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유아교육은 모든 것이 지식, 태도,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