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져"…대화·협의 절실

교육부.
교육부.

한국유치원총연합회와 교육부의 접점 없는 갈등이 결국 무기한 개학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 했다는 지적이다.    

양 측간 조금이라도 대화와 협의가 있었더라도, 애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까지 피해가 갈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유아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한유총과 교육부의 싸움은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시도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교육부는 이참에 비리유치원을 뿌리뽑겠다며 특정감사를 주도하면서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 도입과 유아교육법 등 시행령도 개정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유치원 특정감사팀이 신설된 것도 이때부터다.    

한유총은 그러나 단순 회계 실수로 빚어진 감사결과로 "전국 4000여 유치원이 적폐집단으로 내몰린데 이어, 사립유치원 옥죄기 법령까지 만들어졌다"며 교육부를 향한 반발 수위를 더 높였다.    

이렇게 시작된 한유총과 교육부의 싸움은 결국 무기한 개학연기 사태를 불러왔다.

양 측이 서로의 입장을 고려한 대화와 협의만 있었더라도, 이번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여야 정치인과 학부모들의 입장이 극명히 나눠지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과 일부 학부모 단체는 "학부모와 아이들을 볼모로 한 무기한 개학 연기를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한국당과 또 다른 학부모 단체들은 "불통으로 시작된 사태인 만큼,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화와 협의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한유총이 무기한 개학연기를 선언한 직후 논평을 통해 "교육부가 한유총과의 대화와 협의를 거부하고, 정부 입장만 내세우며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사회 갈등과 혼란만 유발하고 있다"며 "정부가 '사회 갈등'의 유발자가 된 형국"이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한 학부모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돼 버렸다"며 "사립유치원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에는 환영하지만, 싸움의 과정에서 아이들이 볼모로 잡히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한유총은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끊임없는 적폐몰이, 독선적 행정에 대해 못참겠다"며 무기한 개학연기를 선언했다.   

한편 3일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이에 대비, 휴일도 반납한 채 개학연기에 동참하는 사립유치원 현황파악 및 대책마련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가 집계해 발표한 개학일 연기 유치원은 전국 3877곳 중 190곳이다. 한유총은 그러나 자체조사 결과 개학 연기 투쟁에 동참하는 유치원은 전국 1533곳에 이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