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육 인권’ 흔들리는 대한민국..영어교육금지와 세계인권선언
[기획] ‘교육 인권’ 흔들리는 대한민국..영어교육금지와 세계인권선언
  • 홍인기 기자
  • 승인 2018.03.06 0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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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영어교육금지 인권침해 문제로 확산
유엔은 부모의 자녀교육 선택권리 천명..아동권리협약 이행도 논란 일 듯
세계인권선언 요약.
세계인권선언 요약.

부모는 자녀에게 제공되는 교육의 종류를 선택함에 있어 우선권을 가진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유아 영어교육금지 정책이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인권(人權·Human Right)을 침해하는 정책이라는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유아교육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유아교육혁신방안에는 민간이 주도하는 비영리 단체를 포함한 전국 5만여 개에 이르는 영유아 교육기관(유치원 9000여 곳, 어린이집 4만1000여 곳)에서의 방과후 영어교육 과정을 금지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정부의 그러한 교육 방침은 곧바로 많은 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왔다.

정부 정책이 실현된다면, 자녀의 영어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은 따로 많은 돈과 시간, 통학과정에서 자녀가 겪어야 할 교통 위험 등을 감수하고 영어학원으로 자녀들을 보내야 할 처지다.

그러한 비용들을 감수할 수 없는 부모의 입장은 더욱 막막하다. 자녀의 영어교육을 의도치 않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유아 영어교육금지 정책에 대한 부모들의 가장 큰 반발과 분노는, 정부가 자녀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부모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제껏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자유롭게 자녀의 영어교육 과정을 선택할 수 있었던 부모들은 “자녀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부모의 권리를 정부가 전혀 고려치 않았거나, 박탈하려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유엔(United Nations·UN)의 세계인권선언에도 자녀의 교육 선택에 대한 부모의 권리를 명확히 보장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문 제26조 3항은 ‘부모는 자녀에게 제공되는 교육의 종류를 선택함에 있어 우선권을 가진다(Parents have a prior right to choose the kind of education that shall be given to their children)’고 천명했다.

부모들이 항의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녀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에 대한 재능과 잠재력을 조기에 발견하고 소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정부로부터 차단당한다는 상실감도 깔려있다.

올해 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영유아 영어수업 금지, 이대로 좋은가’ 주제로 열렸던 긴급세미나에서 이신희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가 “아이들의 흥미와 재능을 먼저 봐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교육부에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놀이 수준의 (영어)교육조차 못하게 하고, 아이들의 재능을 고려하지 않고 하향 평준화하려는 교육에 분노를 느낀다”고도 했다. 
 
부모들의 그러한 입장은, 정부의 영유아 영어교육금지 정책이 유엔 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에서 명시하고 있는 아동의 교육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논란을 촉발할 수도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요약.
유엔 아동권리협약 요약.

아동권리협약 제29조 a항은 ‘아동의 인격, 재능과 정신적, 신체적 잠재력의 최대 계발’(The development of the child's personality, talents and mental and physical abilities to their fullest potential)을 아동교육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영유아 영어교육 금지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아동의 의견을 얼마나 수렴했는지 의문이다.

유치원이나 학부모에 따르면 노래를 부르거나 놀이 방식으로 운영되는 유치원 영어교육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육과정 중 하나다.

경기도에서 민간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교육부가 아이들의 선행학습 부담을 줄이고 놀이 체험 교육 중심으로 영유아 교육과정을 개편하기 위해 영어교육을 금지한다고 하지만, 이는 교육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며 “영어교육이 금지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아이들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올 3월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 시행 시기와 맞물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의 영유아 영어교육도 금지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학부모와 유치원의 반발이 거세지자 당초 계획에서 한발 물러났다.

교육부는 올해 1월 16일 “발달단계에 적합한 유아교육과 유아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유아 영어학원 등 과열된 조기 영어교육 폐해를 우선 해소하고, 학교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종합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내년 초까지 영유아 영어교육 금지 방침을 보류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그렇다고 논란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정책 후퇴 이후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고려하면, 영유아 영어교육 금지 정책이 교육에 대한 인권이나 자유에 관한 성찰로 다뤄지는 것은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신, 외국어에 대한 조기교육이 과연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느냐는 논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영유아 영어수업 금지, 이대로 좋은가’ 긴급 세미나에서 어린이집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 권병기 보육정책과장의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학습을 유아단계에서 하는 게 과연 효과가 있느냐’인 것 같다. 앞으로 교육부는 이와 관련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해 효과성 여부를 검증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발언 등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같은 세미나에서 교육부 권지영 유아교육정책과장은 “내년 초 발표까지 남은 기간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해 효과성을 검증하겠다”고 했다.

부모들의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본지는 정부의 영유아 영아금지 정책 방침이나,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이 교육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부모와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유엔에 조사와 해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UN) 가입국에 명단을 올렸으며, 같은 해 세계 가장 많은 나라가 참여한 국제협약인 유엔 아동권리협약도 비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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