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한 행정처분·사법조치 불구 무법적 비난여론 조장 지적

15일 '비리유치원 명단' 키워드로 검색한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뉴스화면 갈무리.
15일 '비리유치원 명단' 키워드로 검색한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뉴스화면 갈무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발 유치원 감사결과 및 원명 공개가 '여론재판'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론재판은 특정인이나 특정 사건에 대해 법의 잣대가 아닌 대중의 시각으로 심판하는 것을 말한다.

민간 유아교육계에서는 박 의원이 자신이 주최한 토론회가 사립유치원 측의 단체행동으로 파행되자 보복성으로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고 언론에 제공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으나 사립유치원 설립자 원장들이 토론회장을 점거하면서 정상진행이 불가했다.

사립유치원 측은 토론회 개최에 앞서 박 의원에게 사립유치원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는 듯한 토론회 제목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박 의원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토론회 파행이라는 결과가 초래됐다.

박 의원은 토론회 무산 6일 후인 11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장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3년~2018년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리혐의가 적발된 유치원 명단'이라고 표현했다. 언론을 통해서는 (감사적발)사안의 경중을 의원실이 판단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단순 회계처리 미숙에 따른 적발과 그에 따른 '개선' '권고' '통보'의 경미한 사항도 '비리'로 치부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박 의원은 언론에 명단을 제공했고, 언론은 특정 유치원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자극적인 비위 소재만 골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토론회에 발제자 등으로 참여했던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거액 뇌물 회유도 있다고 들었다' '원장이 소리 없는 총으로 쏘고싶다고 했다더라' 등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을 대중에 흘렸다.

명단에 공개된 유치원들은 이미 법률에 따른 행정적 처분과 환수조치 등 비위에 따른 처분을 받은 상황이었지만 여론에 의해 재차 대중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한 유치원 원장은 "살인자도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감사에 따른 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로 명단을 공개한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교육자적 소신으로 사재를 털어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유아교육을 대신한 결과가 사회적 지탄과 비난이라면 더 이상 그 역할을 해야 할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시민단체 국가교육국민감시단은 "박용진 의원의 감사결과 유치원 명단 공개는 토론회 무산에 대한 보복 내지는 감정 섞인 행동으로 보여진다"며 "박 의원은 감사결과보고서 상 수많은 지적사항 중 가장 부도덕해 보이는 몇 가지 사례만을 내세워 마치 전체가 부정행위로 인식하도록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