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육현장을 가다]
온실 속 화초 되길 거부하며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
놀며 경험하며 스스로 길 찾는 아이들, ‘숲교육’ 철학

자연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진짜 지식’ 쌓는 아이들
행복하고 즐겁게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토대 다져

‘숲교육’은 세상살이를 준비하는 유아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교육방법 중 하나다. 여러 선진국에서도 주목하는 유아교육이다. 독일의 ‘숲유치원’이 대표적이다.

숲교육은 유아들을 자기 주도적이고, 경험을 하게한다. 그를 통해 유아들은 세상을 준비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진짜 지식’을 체득한다. 스스로 유능해지고 강한 아이로 성장하는 틀은 다지는 것이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아림유치원(원장 신혜숙)은 우리나라에서 자연친화적 숲교육으로 대표적인 곳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숲유치원’으로 통한다.     

아림유치원 교육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누가 일으켜 줄때까지 울며 보채는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이 아니다. 

툭툭 털고 일어나 다음에는 요령껏 어떻게 하면 안 넘어질까 스스로 연구하고 깨닫는 아이들을 길러낸다. 경험은 유아들에게 가장 훌륭한 지식이다. 

또 한 가지, 아림유치원은 정부가 요새 강조하고 있는 ‘놀이교육’의 교본과도 같은 곳으로도 알려졌다. 

아림유치원 아이들은 숲에서 놀며 친구와 자연과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운다.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만들어 나갈 힘도 키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하고, 재밌고, 즐겁다. 

“숲에서 놀며 행복한 아이들” 아림유치원은 숲교육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곳이다.
“숲에서 놀며 행복한 아이들” 아림유치원은 숲교육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곳이다.

◇ ‘코로나블루’ 물리치는 씩씩하고 힘찬 아이들, ‘숲교육’ 효과

1997년 설립된 아림유치원은 현재 200명 정도의 원생이 다니고 있다. 모두 8개 반으로 운영되는데, 그 중 ‘숲반’ 아이들은 2개 반이다. 

유치원은 바로 뒤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숲반은 아이들에게나 학부모에게나 모두 인기 만점이다. 그래서 숲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매년 경쟁이 치열하다. 

숲반 아이들은 아침 유치원에 오면 산에 있는 자연학습장으로 곧장 등원 한다. 숲에서 놀고 내려와 교실에서 식사를 하고 또다시 밖으로 나가 활동을 한다. 

요즘 같은 한 겨울 코로나 시국에도 숲반 아이들은 언제나 씩씩하고 유쾌하고 힘차다. 옷을 두툼하게 껴입고 밖에서 노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유치원에도 활기가 넘친다. 코로나로 인한 긴급돌봄 기간에도 숲반 아이들은 열에 여덟 명은 유치원에 나와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집으로 돌아간다. 숲반 유아들이 이곳 유치원 생활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아를 스스로 경험하게 하는 ‘자연친화적인 놀이교육’. 아림유치원이 오래 전부터 지켜 온 교육 철학이다. 

지금 와서 보니 4차 산업혁명시대 지금 이 시대가 가장 요구하는 교육이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유아교육의 본질은 여러 데케이드(decade)를 넘어서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 유치원 설명이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자. 

유아들은 경험하고 체험하며 지식을 쌓는다.
유아들은 경험하고 체험하며 지식을 쌓는다.

◇ 스스로 방법을 찾고 결정하는 아이들, 강하고 유능하다

숲반 유아들은 어떻게 놀며 배울까? 아이들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결정한다. 철저히 자기 주도적이다. 

유치원 바로 뒤 숲에는 자신들이 이름을 붙인 여러 학습장이 있는데 유치원에 오면 오늘은 어떤 친구들과 어디로 갈까 선택을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여름에도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데 그 속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속내가 있고 변수가 있다. 자기가 놀고 싶은 숲으로 가려면 친구들을 설득해야 하고, 놀잇감도 구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친구를 유연하게 설득하는 법도 배운다. 

다른 놀이도 마찬가지다. 신혜숙 원장은 “유아들 놀이가 보기에는 막 노는 것 같아도 그 속에는 항상 규칙과 룰이 있다. 아이들 놀이에는 자기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규칙을 스스로 정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유아의 삶이고, 그러한 삶 자체가 유아들에게는 곧 교육이 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유아들은 스스로 책임을 지는 법도 배운다. 물론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다. 이곳 유치원 선생님들은 의도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지시하거나, 따르게 하거나 하는 등의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한다.

요즘처럼 추운 날, 옷을 얇게 입게 온 아이들은 숲에서 친구들과 노는 동안 춥다는 것을 깨 닫는다. 그러면 다음날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엄마에게 두꺼운 외투며, 장갑이며, 모자를 챙겨 달라고 한다. 한 여름 숲에 모기가 많아 고생한 날이면 또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는지도 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때와 상황에 맞게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단순한 예지만, 유치원에서의 3년 경험이 쌓이면 이런 아이들은 옆에서 보기에도 당차고 능숙해 보인다. 유아에 불과하지만 어딘지 믿음직한 모습도 보인다. 

보이는 모습 그대로다.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는 아이들. 그리고 다음엔 어떻게 하면 안 넘어질까 생각하는 아이들. 아림유치원 아이들은 저마다 강하고 유능하다.  

아림유치원 아이들은 자기 주도적이고 마음 강한 아이로 성장하는 토대를 다진다. 무엇보다 즐겁고 활동적이다.
아림유치원 아이들은 자기 주도적이고 마음 강한 아이로 성장하는 토대를 다진다. 무엇보다 즐겁고 활동적이다.

◇ 놀며 경험하며 ‘진짜 지식’을 쌓는 아이들, 자연은 가장 훌륭한 선생님    

아림유치원의 교육은 유아들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가 아니라. 유아들이 스스로 무엇을 발견하고 탐구할 것인가, 또 경험하게 할 것인가 돕는 교육이다.  

경험은 놀이교육을 통해 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자연은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아이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요즘 같은 겨울이라도 친구들과 노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얼음을 가지고 막대기로 골프처럼 치고 노는 놀이도 하고, 얼음이 살짝 얼은 날에는 여러 명이 엎드려서 돋보기를 가지고 얼음을 열심히 녹이기도 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웃음이 나오지만 아이들은 사뭇 진지하다. 

매섭게 추운 날은 유치원에 있는 온갖 모양의 나무 그릇은 죄다 끄집어내서 얼음을 얼리느라 정신이 없다. 돌도 넣어보고 열매도 넣어보고 하루 뒤 보면 얼음 모양이 저마다 기발하다. 눈이라도 오는 날은 하루 종일 신이 난다. 봄이 돼서 곤충이나 싹이 나올 때면 매일같이 돌이란 돌은 다 뒤집어 놓는다. 뭔가를 항상 발견하고 찾느라 정신이 없다. 이곳 유치원에서는 아이들 노는 모습이 매일 새롭다. 

그렇게 쌓인 경험은 유아들에게 머릿속에만 맴돌다 곧 사라지는 허상이 아닌 ‘진짜 지식’으로 남는다. 

‘개나리’를 글자로 배운 아이들은 ‘개.나.리’ 각각의 글자를 안다. 하지만 아림유치원 숲반 아이들은 숲에서 개나리 나무를 찾을 줄 알고, 언제쯤 개나리 꽃이 피는지, 개나리는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지면 잎이 핀다는 것을 안다. 책에서 글씨로만 본 개나리가 아니라 실제 개나리를 아는 것이다. 

그렇듯 유아들은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쌓는다. 그 경험을 통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탄탄한 토대를 다진다.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한 놀이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키운다. 유아기의 경험은 나중에는 공부에, 일에, 삶에 적용된다.

신혜숙 원장은 “유아들에게 놀이는 곧 지식이다. 유치원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의 지식이 확장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우리 유치원의 숲교육”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