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육현장을 가다]
우리나라 근현대 사립유치원 역사 출발 알린 곳
57년의 역사 전남 등록 인가 ‘1호’...‘진도유치원’

유아교육 불모지에서 선진지로...불가능한 일 해냈던
우리 민간 유치원의 DNA 그대로 보여 주는 유치원

전라남도 진도에는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유산이 있다. 천연기념물 진돗개의 고장이며, 고려시대부터 내려왔다는 홍주가 명맥을 잇고 있다. 

또 하나, 진도에는 우리가 기억하고 지켜야할 유산과도 같은 곳이 있다. 바로 유치원이다. 

진도군 진도읍에 위치한 진도유치원(이사장 백기청)은 우리나라 근현대 유치원 교육의 시작을 알린 곳이다. 

1964년 설립된 이곳은 당시 광주를 포함한 전남지역 ‘인가 등록 1호’ 유치원으로 역사를 자랑한다. 

진도유치원이 설립된 배경과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한 57년 역사를 쫒다 보면, 우리나라 민간 유치원의 DNA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국가가 돈이 없고 능력이 부족해 1960~70년대 시절 북한보다도 열악했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만에 지금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유치원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다

유아교육의 불모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유아교육 선진국이 되기까지, 그 역사의 흐름을 주도한 곳은 바로 우리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이었다.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진도유치원을 보면 알 수 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바로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우리 민간의 정성과 마음이 깃든 교육 때문이다.  

진도유치원의 유아교육은 행복한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이다.
진도유치원의 유아교육은 행복한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이다.

◇ “아이를 행복하게, 세상을 행복하게”

진도유치원의 교육은 행복한 아이를 키우는 교육이다. 행복한 아이들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진도유치원의 첫 번째 교육철학이자, 그동안의 경험으로 얻은 교훈이다. 

유아기 행복하게 크는 아이들은 자신을 존중하고, 남을 존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말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안다. 

어른들이 보기에 어디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이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든다. 

그러한 아이들이 중심이 된 사회는 건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향한다. 진도유치원의 가장 중요한 교육철학 ‘아이를 행복하게, 세상을 행복하게’를 설명해 주는 말이다. 

진도유치원은 원생의 행복을 위해 여러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펴고 있다. 

그 모든 교육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아이의 마음과 심리 상태를 교사들이 전문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아들의 행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이곳 교사들은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분석하고 파악한다. 

불만이 있거나 우울한 아이, 공격성을 내재한 아이 등의 그림을 알아보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유아들은 자신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이야기 한다. 상담도 전문적이다. 선생님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니 아이들은 크던 작던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는다. 그렇게 마음을 달랜 아이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힘을 얻는다. 

유아들도 유치원 원장님과 선생님을 믿고 의지한다. 서로의 유대감이 유난히 강하다. 진도유치원은 유아들이 졸업을 하고서도 초등학교 1학년까지 심리 상담을 해 주고 있다. 

초등학교에 진학한 유아들이 유치원을 찾아와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두웠던 얼굴의 아이는 유치원을 나올 때는 밝아진 모습이다. 위안을 받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쌓아가는 진도유치원 아이들.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쌓아가는 진도유치원 아이들.

◇ 57년 역사가 녹아 있는 최고 수준의 유아교육

이밖에도 진도유치원의 교육은 다양하고 전문적이다. 프로그램마다 57년 역사를 통해 얻은 저마다 확고한 교육철학이 담겨있다. 

우선 놀이교육 중심이다. 정부는 근래 들어 유아들의 놀이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유치원은 벌써 30여 년 전부터 유아 중심의 체계적인 놀이교육을 펴고 있다. 

행복누리카드를 활용한 인성교육은 진도유치원의 또 하나 큰 자랑이다. 아이들은 유치원을 졸업할 때쯤엔 카드에 쓰여 있는 52가지 미덕을 몸으로,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때도 전문적인 심리기법이 활용된다. 예를 들어 선생님은 유아에게 카드 한 장을 뽑게 하면서 ‘00야~ 아마 너랑 관련 있는 카드가 나올 거야’라고 말해 준다. 만일 아이가 ‘공감’이 써져 있는 카드를 뽑았다면, 이후 선생님은 얼마동안 ‘00야~넌 역시 공감을 잘하는구나, 선생님 마음 알아줘서 고마워’라는 식으로 대화를 하며 유아가 자신이 뽑은 미덕을 항상 생각하고 이해하게 돕는 것이다. 

공감을 할 줄 알게 된 아이는 이후 다른 미덕을 배우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밖에서 보기에는 이러한 인성교육이 무슨 효과가 그렇게 있을까 반신반의하기도 하지만, 유치원에서는 이와 관련 논문도 발표했다. 이곳 유치원 인성교육 효과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52가지 미덕을 체득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올라가면 선생님의 칭찬을 한 몸에 받는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은 물론이다.   

진도유치원에서는 또 신입생이 들어오면 학부모에게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오늘 재밌었어? 뭐하고 놀았어? 라고 묻는 대신, 오늘 유치원에서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물어보라고 교육한다. 유대인식 하부르타 교육법이다. 특히 부모의 협조를 강조한다. 그렇게 질문하고 생각하며 토론하는 교육을 받은 아이는 논리적 사고가 싹튼다. 

진도유치원은 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이들도 교정하는 유치원으로 소문났다. 유치원에 따르면 ADHD 성향의 아이들이 한반에 2~3명 정도는 있는데, 그런 아이들을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놀이처럼 진행할 수 있는 BCT(Brain Concentration Train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훈련을 꾸준히 받은 아이들 10명 중 9명은 증세가 확연히 호전된다는 것이 유치원 설명이다. 

진도유치원의 교육은 다양하기도 하지만, 여러 방면으로 전문적이다. 이곳 유치원 관계인들이 유아교육 관련 써낸 논문만 50편 정도 된다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진도유치원 교육은 허례나 허식이 아닌 값진 내용과 마음이다. 진정한 유아교육.
진도유치원 교육은 허례나 허식이 아닌 값진 내용과 마음이다. 진정한 유아교육.

◇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

최고 수준의 유치원 유아교육을 유지하기 위해 진도유치원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교사의 역량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 진도유치원의 또 다른 교육철학이다. 

시골에 위치한 진도유치원은 역량 있는 교사를 ‘모셔’오기 위해 오래 전부터 공무원처럼 호봉제 급여를 주고 있다. 그래서 이곳 유치원 교사 중에는 박사 학위를 가진 교사도 일했고, 나중에 대학 교수가 된 교사도 배출했다. 

보통 유치원의 교사들이 유아교육 관련 1~2개 정도의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진도유치원 교사들은 적어도 5개 과정의 자격을 취득한다. 심리분석미술치료 등 아이들의 심리분석 등에 관한 과정이 많다. 행복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교육비용 등은 유치원이 전폭 후원한다. 

가정 내에서의 교육 연계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부모교육도 쉬지 않는다. 코로나19 시국으로 부모들을 직접 만나기 힘들 때는 줌 화상회의로 부모교육을 진행할 정도로 열성이다. 

진도유치원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강조한다. 유아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부모 인식이 필수다. 

진도유치원 백기청 이사장은 “행복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이라며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놀고 기쁜 것이 행복이다. 아이들한테 네가 최고라고 알려준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결국 성공도 하게 되고 자신뿐만 아니라 남과 세상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