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사립유치원 특정감사..이례적 기자회견 감사 결과 발표..부패 집단 ‘낙인’
경기도교육청, 해법으로 투명사회협약 제안..감사 칼춤에 울며겨자먹기식 동참
시민감사관 활동으로 분위기 조성..김거성 감사관,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겸직
사립유치원 감사 결국 투명사회협약과 연결..시민감사관 전문성 등 자격 논란도

김거성 감사관이 2013년 1월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시민감찰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경찰청 제공, 뉴스1.
김거성 감사관이 2013년 1월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시민감찰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경찰청 제공, 뉴스1.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 김거성 감사관은 사립유치원 감사를 통해 무엇을 얻었나?

‘비리 척결’.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드러난 비리가 있어야 합니다 → ‘척결’하기 위해서는 드러난 비리가 심각하고 광범위해야 합니다 → 비리 척결 대상을 정합니다 → 비리를 끄집어냅니다 → 일부의 비리가 마치 전체의 문제인 양 부각됩니다 → 언론이 조명하고 이슈가 됩니다 → 이젠 비리를 척결할 대상이 생겼습니다.

경기도교육청 김거성 감사관을 둘러싼 겸직 논란과 사립유치원 감사, 그리고 투명사회협약.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경기도내 사립유치원은 도교육청 시민감사관들의 수년에 걸친 표적 특정감사에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더구나 시민감사관들은 기자들을 불러 모으고 감사 비리 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감사결과를 발표하는 시민감사관, 매우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경우였습니다.

언론은 이 특별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조명했습니다. 수사기관에 의해 확정되지 않은 일부의 비리 혐의로 경기도내 사립유치원 명예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전체가 부패한 집단으로 낙인찍혔습니다. 

‘완장’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던 도교육청 시민감사관들은 왜 그토록 사립유치원 감사에 매진했을까요?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 수장 김거성 감사관이 사단법인 한국투명성기구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김 감사관 겸직 논란 기사는 아래 따로 전합니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전신인 반부패국민연대 시절부터 ‘투명사회협약’에 많은 힘을 쏟았던 곳입니다.

반부패국민연대는 김 감사관이 창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5년 한국투명성기구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김 감사관이 2004년 국제투명성기구 이사로 선출되고 얼마 후 일입니다.

2005년 2월, 김거성 당시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한겨레 <유엔사무총장 꿈은 잠시 접으시라>는 제목 인터뷰 기사에서 반부패 투명사회협약에 강한 긍지와 자부심을 엿보였습니다. 1000만명 서명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에서 김 감사관은 투명사회협약이 ‘민간의 자발적 참여’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 국제투명성기구 등에서도 이 운동을 주목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자신 손에서 탄생한 이 작품이 세계에 내놓을 대한민국의 대표상품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에 일주일에 한 번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라며 투명성기구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던 김 감사관은 이재정 교육감 당선과 함께 2014년 8월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에 임명됩니다.

도교육청 입성 당시부터 한국투명성기구 이사직을 겸임했던 김 감사관은 현재 이 단체의 공동대표로 재직 중입니다.

 

경기도교육청 유아교육과가 밝힌 투명사회협약 유치원 10문 10답. 감사와 투명사회협약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유아교육과가 밝힌 투명사회협약 유치원 10문 10답. 감사와 투명사회협약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 사립유치원 감사에 주력한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주요 인물이 한국투명성기구 활동과 직간접 연관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2015년 출범 당시 7명이었지만 2017년 1월 5명을 충원, 현재는 12명이 활동합니다. 지난해 시민감사관제 운영 예산은 1억5300만원이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김거성 감사관 임명 이듬해인 지난 2015년 시민감사관제를 도입했습니다. 공모와 추천을 통해 임명된 일반 시민이 기관처럼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완장 논란’, ‘자격 논란’이 일었지만 도교육청은 조례를 제정하고 시민감사관을 임명했습니다.

시간 선택제 공무원인 상시 근무자 1명을 포함, 총 7명의 2015년 당시 언론에 공개된 시민감사관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태원 (상근, 전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 ▲황인성 (수원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송병춘 (변호사, 전 서울특별시 감사관) ▲배외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안양지회장) ▲김혜숙 (안산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사무국장) ▲고상만 (전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당시 시민감사관 7명 가운데 적어도 3명이 한국투명성기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안태원 상근 시민감사관은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를 지냈습니다. 김혜숙 시민감사관은 안산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사무국장 출신입니다.

송병춘 당시 대표시민감사관 또한 2014년 8월 12일 ‘사학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 모임’(사바모) 출범 당시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자격으로 출범식에 참석한 김거성 감사관과 자리를 함께하며 뜻을 같이 한 인물입니다.

시민감사관 활동 첫해(2015)부터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은 감사 표적이 됐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유치원에도 사학 법인에 버금가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됐습니다. 다음해(2016)에는 감사 정도가 더 심해졌습니다.

송병춘 대표시민감사관이 2016년 활동 보고서에서 “1년간 사립유치원 감사에 주력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사립유치원 감사는 2017년에도 변함없이 이어졌습니다.

시민감사관은 2016년 4월 4일부터 12월 9일까지 27주간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2015년 사안조사에 이어 2016년에는 도내 51개 사립유치원이 특정감사를 받았습니다.

시민감사관이 사립유치원을 비리 척결 대상으로 분류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2016년 시민감사관 활동 보고서를 보면 “1년 넘게 사립유치원을 감사하면서 확인한 바는 사립유치원을 지금처럼 운영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여러 사립유치원에서 불법과 비리, 최소한의 윤리의식의 실종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본지가 한국투명성기구 홈페이지 자료란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한국투명성기구 홈피에 올라 있는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 2016년 활동보고서. 김거성 감사관이 유야교육과 학교급식 분야 투명사회협약을 이끈 시민감사관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한국투명성기구 홈피에 올라 있는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 2016년 활동보고서. 김거성 감사관이 유야교육과 학교급식 분야 투명사회협약을 이끈 시민감사관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 한국투명성기구 홈피에 게재 된 시민감사관 보고서, ‘투명사회협약’ 제안..김거성 감사관 “중요한 공로” 극찬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의 보고서가 왜 한국투명성기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을까요?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시민감사관들은 사립유치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과제’로 ‘경기교육 유아분야 투명사회협약 체결’을 제안했습니다.

보고서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경기교육 유아분야 투명 사회협약’을 통해 적발과 처벌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사립유치원 스스로의 자발적 능동적 개선을 유도하고 학부모와 교사, 교육청이 함께 ‘유아교육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과제를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보고서에 수록된 2016년 12월 20일 시민감사관 유치원 감사 발표 기자회견문 내용 中. 2016년 보고서는 2017년 3월 발간>

김거성 감사관도 이들의 활동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보고서의 시민감사관 활동 평에서 유아교육과 학교급식 분야 투명사회협약 체결과 관련 “더이상 부패나 비리 없는 경기교육을 향한 어깨를 건 긴 행진”이라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이 출범과 동시에 중점을 둔 부분이 유치원 감사와 함께 초중고교 급식 분야 감사였습니다.

김 감사관은 “2015년과 2016년 시민감사관의 주요 활동영역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이 투명사회협약이 경기교육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출발하게 된 중요한 공로를 누구에게 돌려야 할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소 애매한 표현이지만, ‘시민감사관의 유치원·학교급식 감사 활동을 통해 투명사회협약이 경기교육에서 출발하게 됐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시민감사관 활동과 함께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지난 2016년 12월 21일 학부모회, 시민단체, 유치원, 업체 등 일부 관계자들과 학교급식 및 유아 분야 ‘경기교육 투명사회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전날이었던 20일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송병춘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사립유치원 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합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감사결과를 알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송 대표는 당시 “(특정감사 60곳) 유치원 중 지적사항이 없었던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며 “일부 원장들이 유치원비를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등 회계관리의 불법적인 행태가 적발됐고 7곳을 수사기관에 고발조치 했다”고 세부 감사 내용까지 발표했습니다.

이를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일부 유치원의 사법기관의 판단이 있기 전 ‘혐의’ 만으로 사립유치원은 파렴치한 비리 집단으로 내몰렸습니다.

단숨에 이슈를 몰고 온 감사관실은 궁지에 몰린 유치원에 해법을 제시합니다. '유아 분야 투명사회협약'을 통해 사립유치원 스스로 자발적·능동적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7월 4일 경기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도내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경기도교육청의 부당감사 중단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해 7월 4일 경기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도내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경기도교육청의 부당감사 중단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 김거성 감사관, 유치원 감사 반발에 “투명사회협약이 갈등 해결책”..경기도교육청, 투명사회협약 TF팀 구성하고 담당 주무관까지 배정..시민감사관이 명분 제공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경기도교육청은 유치원의 비리를 드러내고, 그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투명사회협약’을 제안했습니다.

투명사회협약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었고, 감사관실이나 유아교육과 등에는 아예 투명사회협약 업무 담당자도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치원 감사는 투명사회협약 체결 분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시민감사관들이 명분을 제공했습니다. 문제는 김거성 감사관이 한국투명성기구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민감사관들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느냐는 오해와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사립유치원은 경기도교육청 특정감사에 반발했습니다. 시민감사관 자격을 문제 삼으며 불법 감사라고 주장했습니다.

대규모 집회를 열고 항의했으며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협박, 명예훼손 등 혐의로 이재정 교육감과 김 감사관 등 도교육청 관계자 3명을 수원지검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기라도 했을까요? 김거성 감사관은 앞서 그러한 갈등 해결책으로 투명사회협약을 거론합니다.

2016년 12월 7일자 인천일보 관련 기사입니다. 전날 있었던 ‘경기유아교육 공공성과 투명성을 위한 토론회’를 다룬 기사였습니다.

인천일보는 당시 기사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사상 처음 사립유치원 감사를 벌이고 있다”며 “도교육청이 비리 혐의가 적발된 사립유치원에 대한 처벌 여부도 결정 나지 않은 상태에서 투명사회협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기사에서 김거성 감사관은 “도교육청의 근본적인 청렴 추진 정책은 유아교육현장 관계자들을 적대시하고는 성공하지 못한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던 것을 투명사회협약을 계기로 바꿔나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언론보도를 통해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가 전체 문제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유일한 해결책으로 이번 토론회와 투명사회협약을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16년 12월20일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이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6년 12월20일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이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거성 감사관의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겸직, 적절성 의문..감사관 지위가 협약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해보면 경기도교육청의 유치원 감사는 결국 투명사회협약으로 연결됩니다

김거성 감사관의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겸직을 고려할 때, 그가 맡은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직이 혹시라도 투명사회협약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요?

경기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 감사와 투명사회협약은 관련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협약에 참여하더라도 감사 대상에서 무조건 제외되거나 특혜는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투명사회협약 교육청 일문일답’을 통해 “(투명사회)협약에 참여하지 않는 유치원에 대해서는 (협약) 7가지 이행사항 준수에 대해 지도 감독이 보다 철저히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알린 바 있습니다.

또 투명사회협약에 참여한다면 “사법기관으로부터의 불법 사례 통보, 민원제보에 따른 감사 요청 등의 사유가 없는 한 우선 감사 대상으로 선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홍보했습니다.

특정감사로 벼랑에 몰린 사립유치원 입장에서는 울며겨자먹기식이라도 협약에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솔깃한 발언입니다.

경기도내 사립유치원은 한때 투명사회협약을 놓고 일방적인 각서 강요라며 집단으로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중순(16일) 현재 투명사회협약에 참여한 사립유치원은 180여 곳에 이릅니다. 반면 협약에 참여한 도내 공립유치원은 아직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투명사회협약은 자발적 참여가 핵심이라고 강조한 김거성 감사관의 이전 한겨레 인터뷰를 고려할 때 사립유치원의 협약 참여가 과연 자발적인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거성은 감사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2015~2017년 특정감사 결과를 공지할 정도로 이상하리만치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밖으로 알리는데 열심입니다.

김거성 감사관은 지난 2006년 투명사회협약을 주도한 활동으로 국가청렴위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습니다.

2012년 7월에는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자격으로 당시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반부패 청렴활동 협력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이재정 경기교육정부 들어서도 한국투명성기구와의 협약 체결 실무를 도교육청 감사관실이 주도했습니다.

김 감사관은 충실한 감사관직 수행을 위해 투명성기구 대표직을 맡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투명성기구 활동을 위해 감사관 직위를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섣부른 억측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공직에 머무르고 있는 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겸직이 옳고 그른지 여부는 독자들 판단에 맡깁니다.

한편, 김 감사관은 앞서 본지 취재를 통해 공직 외 자신의 겸직이 평일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감사관의 지위로 인해 피감자 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도 전혀 없다고 전했습니다.